북부지법 신설 수면 위 부상에
동해안권역 중심 반발 모양새
법률서비스 악화 고려 없이
물리적 거리 기준만 고려 주장
도민 여론 수렴해 답 찾아야

경북 안동에 ‘북부지방법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되면서 도민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에 이은 또 한 차례 기관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경북 북부권 지방법원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북부지역에서 대구지법에서 항소심 등 재판을 받으려면 300리 먼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든다. 사법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안동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국회 법사위 소속인 이완영(성주 칠곡 고령) 의원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하면서 안동지원을 ‘안동지방법원’으로 승격시켜 신설하는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가칭 ‘북부지법’ 신설이 기정 사실로 수면 위로 떠오르자 포항 등 동해안권역을 중심으로 일부에서 반발하는 모양새도 나타나고 있다. 도청을 안동으로 이전할 때처럼 도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안동으로 경북지역 관할 법원검찰의 소재지를 일방적으로 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경북지역 사법관할권이 대구에서 분리돼 북부권으로 입지할 경우 포항·경주 등 동해안권역은 오히려 사법서비스 측면에서 현재보다 악화될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처럼 대구에서 항소심 등을 처리하는 경우보다 사법서비스 여건이 더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항소심의 건수에서도 동해안 지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내세운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지법·지검 신설 이전지 확정 전에 도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북 남부 동해안권 지역 법조계 인사들은 “부산과 광주에 각각 3개의 지방법원이 있고 대전고법에 2개의 지방법원이 있는 상황에서 인구 516만명에 달하는 대구 경북에는 대구지방법원이 하나밖에 없어 경북지역 지방법원 신설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북 안동으로 도청이 이전함에 따른 행정기관 일체화 등 관행적인 기관 이전 관념에 젖어 지역 여건을 고려한 논의없이 행정기관 일체화 등 형식적인 기준만 고려해 지방법원을 신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해안권역의 이같은 물밑 반발에 대해 안동지역의 한 인사는 “동해안지역의 지역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반발에서 출발해서는 안된다”면서 “북부지법이 될지 안동지법이 될지는 더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논의 자체는 열어두었다. 이 인사는 “경북 남부 및 동해안권 주민들이 도청의 안동 이전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시각도 내비쳤다.

대구 법조계에서는 “만일 안동지법이나 북부지법이 신설되더라도 대구·경북지역 연간 1만여건의 항소심의 경우 북부권과 대구권으로 구분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지원과 경주지원을 대구지법 관할로 남겨두는 방안이다. 이완영 의원도 ‘안동지법‘ 관할 권역을 안동지원과 영덕지원, 상주지원을 안동지법 관할로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해안권역의 항소심 처리가 대구에서 이뤄진다면 별다른 문제점이 없겠지만, 법원은 물론 검찰까지 고려한 조직편제를 감안하면 한번 원칙이 정해지면 지역의 입맛에 맞도록 이리저리 끼워맞추기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돼 동해안권역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해안권에서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사건 중심으로 지방법원을 신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경북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지법을 신설해 균형잡힌 위치로 볼수 있는 영천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경북 북부권과 남부 동해안권 도민들의 지법까지 이동시간이 최장 2시간 정도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의 숫자에서 이런 점을 엿볼수 있다.

현재 대구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대구 497명, 경북지역 148명 등 모두 645명이다. 이를 권역별로 보면 경북 북부권은 안동 16명, 상주 8명, 영주 3명, 의성 3명, 문경 1명 등 총 21명에 불과하다. 반면 남부 동해안권인 포항 47명, 경주 18명, 영덕 6명, 울진 1명 등 모두 72명으로 북부권역보다 3.5배가 많다. 이는 결국 사법 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수만큼 변호사들이 포진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경북지역 지법 신설에 도민 여론을 먼저 수렴해야하는 이유로 꼽힌다.

포항지역의 한 변호사는 “경북 안동으로 경북지역 사법관할권이 이동해 현재 대구보다 더 멀어지고 시간이 소요된다면 사법 서비스 침해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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