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初入)에 와 있다. 겨울의 초입이라는 말보다는 만추라는 말이 훨씬 정감가는 계절이다. 올해 가을 단풍은 유난히 아름답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단풍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는 순수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 누구나 시상을 떠올리는 계절이다.

늦은 가을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짙어가는 단풍 빛깔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의 아쉬움 때문이지 모르나 늦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만추가 되면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와 1960년대 영화 ‘만추’다. 구르몽의 낙엽은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애송하는 시다. 프랑스 시인 구르몽이 34살에 발표한 작품으로 젊은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감각과 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본다.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이란 여성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담은 시라 한다. 만추의 계절에 한번쯤 외워볼만한 시다.

영화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사의 걸작품으로 손꼽힌다. 모범수 여인과 위조지폐범의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얼마 전 작고한 영화계 스타 신성일과 문정숙이 출연한 영화다. 당시에 15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중국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되기도 한 영화다.

만추의 계절이 되면 깊어가는 가을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한번은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생각의 시간을 가져서 좋고 마음마저 힐링되는 느낌을 가져서 더 좋다. 인터넷에 소개된 경북의 명소로 몇 군데가 눈에 띈다.

삼릉으로 가는 경주 남산 둘레길이다. 경주는 문화재와 함께 가을의 청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왕산 달기약수터길과 소백산 자락길도 추천 코스다. 불영사 계곡 녹색길, 운문사 경내를 둘러보면서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을 걷는 것도 멋지다. 만추의 분위기에 푹 빠져 일상에 지친 나를 달래보자. 혼자라도 좋고 가족과 함께라도 좋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