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남 무안출신으로 연세대 법대 교수와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회 위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 등을 지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꽤나 상징적인 일일 수 있다. 현 정부가 판·검사출신이 아닌 학자출신의 장관으로 하여금 사법개혁에 시동걸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박 장관이 청와대 출입 지역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권역별로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지역기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온 행정부처 장관은 지방자치·분권 업무를 맡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일했기에 그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며칠 전 대구·경북지역 기자들이 이례적인 간담회 개최 이유를 묻자 박 장관 본인은 “나의 기획”이라고 간단하게 답한 반면, 강남일 기획조정실장이 말을 받아 “(장관님이) 현장위주의 행정을 좋아하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 전국을 직접 돌아보기는 어려운만큼 지역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 실정들을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행정부처 가운데 권위적으로 알려진 법무부의 자세 변화에는 학자출신인 박상기 장관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다. 어쨌든 처음에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던 기자들도 그제서야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들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물어보며 환담을 나눴다.

판·검사출신이 아닌 그의 발탁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장관은 “기존 검사들과 얽힌 게 전혀 없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집권이후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인사차별 얘기가 있다’는 돌직구 질문에도 박 장관은 “인사는 소수의 만족과 다수의 불만족이 뒤따르는 것”이라는 일반론과 함께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는 ‘언제적 검사가 아직도 영화를 누리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에두르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박 장관은 야당이 적극 반대하고 있는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야당이 ‘옥상옥이 된다’ ‘야당을 탄압하는 수사기관이 하나 더 늘게 된다’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공무원 범죄만 따로 분리해서 수사하게 되는만큼 옥상옥 조직이 될 것이란 논리는 맞지 않고, 새로 출범하게 될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명예라는 것이 있다면 공정하게 수사하려고 노력할 것이기에 ‘야당 탄압우려’도 섣부른 걱정”이라는 반응이었다.

박 장관은 특히 최근 국회에서 한창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음주교통사고에 대해 가중처벌하자는 취지의 일명 ‘윤창호법’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음주교통사고나 성폭력범의 경우 법정최고형으로 엄벌할 경우 범죄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오히려 연쇄살인범같은 경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해도 처벌이 무서워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 “따라서 음주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동시에 이들이 상습범이 되지 않도록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상황을 가상현실로 보여주는 등 교육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장관은 또 웹하드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폭행 등 엽기적인 행각에 대해서는 “이런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 회장이 지난 2013년 A 교수를 부인의 내연남으로 의심해 집단폭행한 사건과 관련, 검찰이 제대로 수사도 않은 채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경위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존 검찰조직과 어떤 커넥션도 없는 학자출신 박 장관이 꿈꾸는 사법개혁이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하다. 박 장관이 불러온 새 바람이 지역 토호들과 유착한 부패검찰이나 ‘벤츠검사’로 대변되는 적폐검찰을 깨끗이 일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