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논쟁이다. 백성들은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 죽어나자빠질 지경인데, 시청의 부서 명칭 하나 놓고 죽으라고 싸운다. ‘새마을과’ 명칭 변경 문제를 놓고 허구한 날 다툼질 벌이는 구미시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이 선출되면서 새마을운동의 상징도시였던 구미시가 일대 홍역을 앓고 있다. 마치 중앙정치권의 극한 정쟁을 닮은 추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공리공론을 맴도는 한가한 논쟁일랑 하루빨리 접고 민생안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여론이다.

구미시는 지난달 19일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바꾸고 ‘새마을계’를 두는 조직개편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뒤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역사 지우기 반대 범국민 대책 위원회’등 지역의 보수단체들은 새마을과 폐지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구미시의회도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집행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구미시 전체 의원 22명 중 김태근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과반이 넘는 13명이 참여했다. 구미시는 결국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마을과 부서명칭 변경을 ’시민협치새마을과’ ‘시민소통새마을과’ ‘새마을공동체과’ 등 3개 안으로 수정해 시의회에 제안해 한발 물러섰다.

장 시장은 ‘새마을과’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단체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무차별로 붙여놓은 ‘새마을’이라는 명칭을 제거해 정상적인 명칭을 찾거나 갖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집행부의 명칭 변경에 명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김태근 구미시 의장은 “구미의 정체성은 새마을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마을운동의 종주 도시인 구미에서 새마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무리 ‘새마을과’ 명패 끌어내리기가 장 시장의 공약사항이라고 해도, 이 논란은 결국 진보정권의 ‘역사 지우기’의 연장 선상으로 읽히고 있다. 보수정당 일당 장기 집권으로 인한 피로 현상으로 ‘박정희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매사 이렇게 극단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승자의 힘으로 뭐든지 갈아엎을 수 있다는 편협한 태도로는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계승 발전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구미시의 발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새마을과’를 없애는 하찮은 작업인지를 객관적으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독한 불경기와 고용절벽, 치솟는 물가 등 시민들 삶의 질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경제난부터 살피고 고민하는 것이 순서다. 하릴없는 ‘새마을과’ 명칭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복장이 터진다. 소인배들의 낯부끄러운 정쟁일랑 하루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