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정례적으로 모여 국정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다. 대화단절과 대결로 점철된 ‘불통정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협치’만이 해법인 상황에서 이런 소통은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1년에 고작 서너 번 만나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돌아서는 ‘대화 시늉’이라면 무슨 소용일까.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는 자리가 더 자주, 더 많이 마련돼야 마땅할 것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참석해 오찬을 포함해 총 158분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고 지적하고 “특히 요즘은 경제와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를 비롯해 국제정세가 아주 급변하고 있어서 협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고용 참사가 발생하고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남북 군사합의서나 평양공동선언을 청와대에서 비준한 부분은 상당히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며 대북정책과 경제정책, 복지정책, 원전정책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특히 경북을 비롯한 원전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문 대통령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한 시간 가까이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의 정부의 탈원전 기조 비판에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바꿀 순 없다”고 반박해 비현실적인 완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탈원전 정책은 합의문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 원전 기술력과 원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라는 다소 모호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다만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혁신이나 공정경제 확립 등 경제·민생 이슈에서는 참석자들이 상당부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3개월에 한 번’이라는 협의체의 운영방안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쏟아지는 현안들을 보아서도 그렇고, 정치공방으로 순식간에 곪아터지는 갖가지 이슈도 그렇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이 만나야 한다. ‘협치 부족’의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집권세력의 무한책임을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격의없이 자주 만나 ‘반대’를 경청하면서 지혜를 창출하는 것이 백번 옳다. 소통만이 길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