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그동안의 민심이반과 잇단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이라는 제목의 용역보고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노선의 정책 실종’ 등 시대에 역행한 핵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청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향점을 잘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당의 위기와 관련, 단기적 요인으로 ‘탄핵·촛불 국면의 국민지지 상실’을 꼽았고, 장기적 요인으로는 ‘장기적인 인구학적 변화’, ‘거시적 사회가치 변화 트렌드 이탈’을, 당내적 요인으로 ‘공천과정 및 조직통합 등의 실패’, 당외적 요인으로는 ‘민심 및 대중여론과 정당 지향의 괴리’ 등 4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무엇보다도 “보수 유권자들이 유연한 대북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으며 합리적 보수 노선의 경제·사회 정책을 갈망하는 유권자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결론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보수세력의 근본적 재구성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 노력과 정책적 메시지보다 중요한 것은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된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참사를 겪고서도 국민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수준의 자기반성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책임의 경중과 소재를 철저하게 가려서 진퇴를 가름지어야 할 상황임에도 패거리 정치의 암종(癌腫)을 임시방편으로 덮어 둔 채 각자도생(各自圖生)에 주력하는 무기력한 모습만 연출했다. 공존의 꼼수만 암중모색하는 정치행태 자체가 사뭇 퇴행적이었던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다수 국민들의 염원이 활활 솟구치는 시간에도 벽면에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렵니까?’라고 대서특필한 한국당 아니던가. 남북대화 국면에서 획기적인 평화구축 방안 한번 내놓지 못한 거대정당이라면 민심 속에 어찌 살아있는 정당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반대 일변도였던 ‘진보정치 흉내’ 수준의 발목잡기에만 연연한 야당노릇도 되짚어볼 일이다.

상대방의 실축(失蹴)만을 노리는 야당으로는 이제 어림없다. 괄목할만한 변신과, 국민을 감동시킬 새로운 비전을 내놓아야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 건전한 보수의식으로 무장한 여성과 청년들로부터 박수를 받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천착하고 또 천착하기 바란다. 딱하다. 용역보고서를 발표하는 의원총회 자리에서 진지한 모습이 도무지 목격되지 않았다는 관찰자들의 전언은 참으로 안쓰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