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가 지방에 돈과 권한을 현재보다 더 내려 보내는 내용의 자치 및 재정분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경주와 서울에서 각각 발표된 이번 내용은 30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과 재정분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적시돼 지방분권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시도지사의 광역의회 사무직 임용권을 시도의회 의장에게 부여한 것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두도록 한 것 등은 지방자치의 독립적 기능에 크게 보탬이 될 내용이다. 또 주민이 단체장을 경유하지 않고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한 ‘주민조례 발의안제’와 자치단체의 실국 수 조정에 대한 일부지만 자율성을 부여한 것 등도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 기회를 넓히고 지방정부가 더 많은 권한을 발휘할 때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지적처럼 이번 개정안이 지역 민주주의 활성화에 있고,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많은 권한의 지방이양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재정 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재정분권은 지방자치 실현의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재정의 독립 없이는 완전한 지방분권을 실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명목상 분권이지 예산을 움켜쥔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에 가서 예산을 잘 따와야 일 잘하는 단체장이 되는 구조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재정분권안 요지는 2022년까지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실현을 누누이 약속하면서 자신의 임기 안에 6대 4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당초 약속보다는 후퇴한 내용이다. 왜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세율 인상으로 정부는 단계적이지만 2020년까지 11조7천억 원의 지방재정이 더 확충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도 국가사무 이양에 따른 내용을 제외하면 실제적 증가 규모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계획했던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나 지방세 전환 등의 방안도 검토되지 않았다.

이번 자치·재정분권안 발표로 지방자치가 진일보한 측면도 있으나 문 대통령의 당초 생각보다 크게 후퇴한 부분이 많다. 지방분권에 대한 중앙관료의 생각이 각기 다르고 지방에 대한 불신 등이 그 원인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지방분권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비협조와 갈등이 이를 반증한다.

지금 전국의 지방은 국가균형발전의 소외지역으로 불만이 가득하다. 중앙정부 독식의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 바라보고 있다. 지방분권의 문제를 가뭄에 콩 나듯 하나 둘 내놓을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초심의 생각으로 과감히 밀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