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요즘 저는 시험 치는 기계 같아요.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거의 매주가 서술형 평가에요. 정말 거의 매주 매시간 대부분의 과목들에서 서술형 평가를 보는데 그게 수행평가래요. 이럴 거면 정말 수행평가 없애고, 시험만 봤으면 좋겠어요. 뭔가 조사를 해 오라는데 그것을 또 외워서 시험지에 그대로 옮겨 쓰는 게 서술형 평가래요. 수업시간이 아니라 시험 시간이에요. 그래놓고는 선생님들은 모의고사는 또 잘 치래요.” 올해 고등학생이 된 졸업생과의 통화 내용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으며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하던 학생이었다. 학생의 푸념은 한 시간 이상 계속 되었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끝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국어 서술형 평가가 고전 가사(歌辭) 작품을 외워서 쓰는 거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필자는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서술형 평가! 올해 초 일선 학교에서는 평가 비율이 갑자기 바뀌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지필평가 안에 서술형 평가를 반드시 20% 이상 포함시켜 시험을 시행하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초에 서술형 평가를 수행평가에 포함시켜 실시하라는 방침이 갑자기 하달되었다. 그래서 학기 초에 많은 학교에서는 평가 영역, 방법, 반영 비율 등을 바꾸느라 큰 혼돈이 있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만들어 놓은 서술형 평가는 또 학생들을 시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재기불능(再起不能) 상태가 된 것은 바로 평가 때문이다. 획일적인 평가, 결과중심의 평가, 줄 세우기 평가, 창의성을 말살시키기는 평가 등 학교는 물론 우리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가 중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평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평가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수행평가(遂行評價, Performance Assessment)이다.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에는 다음과 같은 수행평가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교과담당교사가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 의미만 보면 이보다 이상적인 평가는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교육 현실이다. 이 나라 모든 교육활동은 대학 입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로는 이 나라 대학 입시 선발 기준은 학생들의 특성과 적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지 관리용 멘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없다.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정치에 빌붙어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다. 이상적인 정책들로 우리 학생들은 물론 이 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는 정치 교육자들이 있는 한 우리 교육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유학기(년)제, 수행평가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현혹하지 말고, “이 나라 교육은 죽었다”라고 좀 솔직히 말 할 수 없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주 필자는 내년 산자연중학교 신입생 선발을 위한 면접을 보았다.

전국에서 자녀의 행복을 위해 영천까지 찾아주신 학부모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이 면담이지 실상은 이 나라 교육에 대한 학부모님의 비판을 듣는 자리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평가에 짓눌려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느 부모님께서 쓰신 글을 소개한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채워 넣고 평가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성품을 잘 계발하고 잠재된 끼와 소질을 잘 찾아내어 살리며 살아가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울러 타인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이끄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면담을 마치면서 필자는 또 엄청난 숙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