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지난 일요일 경북의 한적한 시골마을. 여느 시골마을 답게 맑은 가을하늘에 논에는 벼가 누런 색깔을 띠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시골마을길 곳곳에 현수막이 나붙어있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 작은 학교에서 확성기를 통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초등학교 학교동창회가 열리고 있었다.

참으로 정겨운 풍경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약 100여 명 내외의 동창생들이 모여 운동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등 다정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행복한 편이다. 아직 폐교가 안돼 그나마 이 학교 졸업생을 비롯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북의 경우 시골마을이 많은 특성상 지역의 소규모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이 없다보니 자연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농촌을 떠나는 인구는 늘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농촌 고령화와 출산율마저 낮아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촌 지역 학교마다 학생 감소와 이에 따른 정부와 교육 당국의 잇따른 미니학교 통폐합 조치로 이런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경북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경북은 전국 9곳의 도(道) 가운데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준 1만8천 명에 머물렀다. 전년보다 10%나 줄어드는 등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오히려 적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경북에서는 올해에만도 11곳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또 올해 13개 학교에서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고 8개교는 겨우 한 명의 새내기를 신입생으로 맞이했다. 2016년 15개, 지난해 24개, 올해 11개 학교 등 최근 3년간 50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현재 정부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 직접 접촉하는 교육청은 주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즉 정부는 학교통폐합시 엄청난 거금을 주겠다며 유혹하고 있고, 지역주민은 제발 학교를 살려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이다. 작은학교 가꾸기는 소규모 학교에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모여들수 있도록, 경북교육청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122개교가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학생 수는 사업시행 전과 비교할 때 소폭 증가하는 등 사업추진 성과가 있는 학교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추진 이후 전반적으로 변화가 없거나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농산어촌 지역 저출산에 따른 학령 아동 감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작은학교 가꾸기도 결국에는 학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는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와 자유학구로 지정,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만 입학이 가능한 ‘일방향 학구제’다. 도시 지역의 학생들에게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학생 수를 늘려 작은 학교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모르지만 부디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둬 농촌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농촌 학교살리기는 결국 농촌의 회생과 직결되고 이는 농촌인구 증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교육 당국만의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교육 당국 모두 힘을 합쳐 경제적인 논리만 내세우기보다는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