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어 놓은 위업을 달성했던 기업이라 할지라도 업계 1위라는 자만과 안이함으로 그 시대의 경제사회구조와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는 적지 않다. 이는 단지 세계시장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보다는 변화의 초기에 이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디자인, 신선한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불시에 나타나 이들을 순식간에 도태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가정의 식탁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가족시대에서 자녀 1인 가족으로, 다시 인구사회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독거하는 어르신이나 청년 1인세대의 시대로. 이러한 변화에 농민들은 재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가마니 단위로 판매되다가 어느새 운반이 용이한 40㎏짜리 포대가 나타나더니 이제는 20㎏, 10㎏, 심지어는 동그란 통에 담은 1㎏짜리 포장까지 다양해졌다. 심지어 흰쌀에 잡곡까지 아예 섞어놓기까지 한다. 모든 세대 구성원수와 각자의 식생활에 맞춘 상품 포트폴리오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것이다.

포항에도 자랑할 만한 농수산물이 적지 않다. 포항의 시금치, 부추와 같은 농산물과 더불어 포항물회를 탄생시킨 가자미,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는 문어도 유명하다. 특히 과메기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업계 1위라고 자부할 만하다. 시금치, 부추와 같은 농산물의 경우 생산물 그대로라는 한계가 있어 전국적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가자미와 문어도 수량의 다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바다가 있는 곳이면 모두 잡힌다. 때문에 비록 단순한 공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과메기 발상지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구룡포과메기라는 지역상표권까지 갖추게 된 포항의 과메기는 지역 특산물의 대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포항의 과메기가 명품과메기로서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과메기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과메기여, 안심하지 말자.

앞으로도 포항 과메기가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혁신적이고 신선한 마케팅을 개발해 나가야만 한다.

첫째, 대부분의 과메기들은 아직까지는 한 두름 단위로만 포장 판매되고 있다. 단체행사가 아니라면 요즈음 2~3인의 가정에서 20마리 단위는 많은 양이다. 결국 포장을 뜯고 다 먹으려면 몇 번이고 냉장고에 들락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가 부주의할 경우 식중독의 위험도 있을 뿐더러 두 세끼 이어서 먹는 바람에 아예 질려버려 다시 사고 싶은 의욕마저 감퇴시킬 우려가 있다. 하물며 1인 생활하는 세대에서 술 한 잔하고 싶어 안주거리를 찾더라도 한 두름의 과메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청어과메기와 꽁치과메기의 다양화는 좋은 현상이지만 이제 와서 원조논쟁보다는 각 과메기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음식배합에 대한 아이디어의 제공에 힘써야 한다. 셋째, 주부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리 단위로 묶여 있는 과메기를 일일이 가위나 칼로 잘라서 먹는 불편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조할 때 통과메기와 반쪽으로 가른 과메기임을 판매단계에서 구분해 주는 것은 물론 아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바로 먹기만 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 넘치는 상품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중 맛볼 수 있도록 캔 과메기와 같은 신제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포항 과메기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와 같은 노력들을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포항이 과메기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최근 추진 중인 세계시장으로의 진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