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짜뉴스 때려잡기’가 한창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달 초 각 부처에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찰도 지난달부터 가짜뉴스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특위’를 구성해 움직인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아직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완벽한 기술을 발명하지 못했다. 십중팔구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망가뜨릴 게 명백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짜뉴스’ 발본색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수사 중인 가짜뉴스들은 경악할 만하다. 밝혀진 16건 중 14건이 대통령과 정부정책 관련 내용이었다. 불순한 의도에 의해 유포된 엉터리 루머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일반인들의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가짜뉴스는 ‘진실에 거짓을 섞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가짜뉴스(fake news)는 2010년 초·중반부터 급증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극성을 부렸다. 지난 2017년 대선기간 우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사이버상 위법 게시글 중 ‘허위사실 공표·비방’은 2만6천378건이었다. 2012년 대선 때보다 6배 넘게 늘었다.

사회갈등을 부추기거나 개인을 인격살인하는 ‘가짜뉴스’가 나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인터넷을 타고 부쩍 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부작용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가짜뉴스 단속에 정부·여당이 앞장서는 일은 온당치 못하다. 이는 곧바로 정권과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박해하려는 움직임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거짓말·유언비어 발본색원”을 지시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적극 지지한 반면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외치며 극력 반대했었다. 정권을 잡으면 ‘가짜뉴스 단속’을 부르대고, 정권을 잃으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난하는 이현령비현령의 한심한 행태는 정치불신을 덧내는 요인 중 하나다.

가짜뉴스 단속이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반대여론을 핍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보통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리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짜뉴스’라고 탓한다. 하지만 미국경찰이 가짜뉴스를 때려잡는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가짜뉴스라고 판정했던 사실들이 세월이 지나 진짜뉴스로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동의하지 않는 견해마저 모조리 가짜뉴스로 몰아때리는 경향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힘을 앞세워 국민들의 의견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남용이다. 날로 늘고있는 과잉충성 증후군들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