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병 현

내 아무 가진 것 없어도

그대 눈썹 위에 머무는

넓고 깊은 생각으로 사느니

무너지고 스러지는 것들

모두가 당신의 뜨거운 몫인 것을

위대하도다

당신이여

죽어서도 내 그리움의

꽃으로 피어 있을 당신이여

탐욕없는 지애비

그래서 나는 행복하느니

그대

울 엄마 같은 하얀 목련꽃

무거운 이승의 끝까지

남은 저승의 끝까지

거듭 사랑하노라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이었던 시인의 절절한 애부가(愛婦歌)를 듣는다. 한 생을 청빈한 선비로 살아온 시인이 이승에서 목련꽃 같이 순정하고 고운 여인을 사랑하며 해로하다가 죽어서도 그리움의 꽃으로 사모하겠다는 사랑고백의 목소리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