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각 당의 ‘눈치게임’이 본격 시작됐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협의과정에서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아주 배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개특위의 정치개혁 과제 논의는 결코 당리당략만을 생각하는 복마전 이전투구 모습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혁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제도개선에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여야 간 80일 동안의 긴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된 국회 정개특위는 민주 8인, 한국 6인, 바른미래 2인, 비교섭단체 2인 등으로 구성된다. 정개특위는 21대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구제 개편’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만큼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수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선거구제 개편’은 정치권 안팎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해묵은 정치개혁 과제다. 일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은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입장이 뒤바뀌는 등 셈법이 복잡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당은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도 내심 검토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2016년 4·13 총선, 지난해 대선, 올해 6·13 지방선거까지 최근 3년간 각종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달리고 있는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일단 소극적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영남 지역에서 한국당 지지세 하락의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소수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공감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확보하는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원래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미온적이었다. 자신들의 가장 큰 표밭인 영남지역에 다른 당이 당선자를 내는 구조를 허용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나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속보이는 변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더니 오히려 소선거구제에 미련을 갖는 것도 염치없긴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치명적인 모순을 껴안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혁신돼야 한다. 그 큰 길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소탐대실의 당리당략으로 정개특위가 쩨쩨한 논쟁으로 파열음만 낸다면, 국민들 사이의 ‘정치혐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기주의의 협애한 골목길에서 과감히 벗어나 진정한 정치개혁의 대도(大道)를 닦아나가길 기대한다.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지 맑은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