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원수필가
▲ 박창원수필가

근래 포항의 민요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올 가을에 두 차례에 걸쳐 포항의 토속민요를 재현하는 공연이 있고, 한 차례의 심포지엄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 14일 흥해허수아비축제 행사의 하나로 곡강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허수아비! 흥해 풍요에 답하다’라는 창작국악소리극에 흥해농요가 무대에 올랐다. 전날(13일)에는 흥해복지문화회관에서 흥해농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민요경창대회가 열렸다. 18일에는 얼마 전 결성된 포항흥해농요보존회 주최로 흥해농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런 행사를 주관하는 흥해농요보존회 박현미 회장은 흥해읍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흥해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민요를 지도하는 흥해농요의 파수꾼이다.

오는 26일에는 예심국악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포항토속민요가 석곡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국악뮤지컬이 포항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포항이 낳은 위대한 유의(儒醫) 석곡 이규준 이야기를 뮤지컬로 꾸민 것인데, 삽입 음악으로 포항의 토속민요가 들어간다. 이 공연의 연출자인 예심국악연구소 장임순 대표는 아무도 지역의 토속민요에 관심을 갖지 않던 2014년을 시작으로 매년 포항의 토속민요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연구소 회원들에게, 포항문화원에서 지역민들에게 포항의 민요를 지도하는 포항토속민요 전승의 선구자이다.

민요는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생활상의 필요에 의해 부르는 구비전승이다. 여기에는 한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 감정이 깊숙이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전승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포항의 민요는 포항지역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과 의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다.

역사가 오래고, 평야지역, 해안지역, 산간지역 등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갖춘 포항은 예로부터 많은 민요가 전승돼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진행된 급속한 산업화와 농업의 기계화 과정 속에서 민요의 전승 기반은 급속히 해체되었고, 지금은 어딜 가도 현장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민요의 마지막 전승세대도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고령이어서 소리를 할 수 없는 상태이다. 1980년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전국을 샅샅이 뒤지며 민요를 채록할 때 불행하게도 포항은 빠졌다.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필자는 소형 녹음기를 들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포항의 민요를 채록했다. 그 때 채록한 자료로 책자와 음반(CD)을 내기도 하고, 몇 편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자료집을 하나 내기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원으로 음반을 만들기 위해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알아주지 않아 애태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일념으로 작업을 했고, 연구도 했다. 채록을 한 지 20~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고, 이를 보존·전승해 보자고 자진해서 나선 국악인도 여럿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그 당시에 악조건 속에서도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채록해 둔 자료가 있기에 지금 이를 보존하고 전승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으리라.

이렇게 포항의 토속민요를 재조명하고, 이를 보존·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는 것은 지역의 문화 창달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댄스곡이 한류를 타고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마당에 웬 토속민요 타령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식음악이 유행하면 할수록 전통음악을 지키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분야의 예술이든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음악도 전통에 바탕을 둔 것일수록 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