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과거에 없었던 참변
동해중부선 강구역 생기면서
물 가두는 둑 역할 탓에 범람
원인 찾아내 불안감 없애고
배수펌프장 용량 더 늘려야”

“수십년 간 아무 탈이 없었는데 강구역이 들어서고 물길이 7번국도를 넘었다.”

물이 덜 빠져 복구에 여념이 없는 영덕 주민들은 9일에도 이번 수재가 자연재해인지 인재(人災)인지를 두고 논란을 이어갔다.

이날 강구5일시장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강구역이 신설된 뒤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기상청 기록을 보면 지역에 시간당 평균 4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번 수해의 원인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6일 383.5㎜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긴 했지만 시간당 강수량이 69.5㎜에 달했던 지난 1982년 8월 14일을 비롯, 2005년 8월 25일(61.5㎜)과 2001년 9월 9일(54㎜), 2009년 7월 2일(46.5㎜), 2011년 8월 8일(43㎜)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 주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관련기사 4·5면>

원인을 명쾌하게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심증은 여전히 좁은 구간만 틔워둔 철길둑에 의심을 보내고 있다. 강구역 상류 산골에서 흘러온 물이 7번 국도를 넘어 범람한 것은 어떤 요인보다도 강구역과 동해중부선이 둑 역할을 하며 물을 가두면서 빚어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구심이다.

이번에 수해로 초토화되다시피한 강구시장 일대와 강구역 간은 불과 900m 떨어져 있다. 강구역 아래로 빠져나온 물은 7번 국도를 경계로 좁은 개울을 통해 강구항으로 흘러들게 돼 있다. 7번국도가 강구시장의 제방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강구역 상류 산록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동해중부선 제방에 갇혀 저수지처럼 물이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물이 강구역밑 2차로 정도로 뚫린 배출구를 통해 하류 개천의 처리 용량을 넘는 양을 지속적으로 내보내자 양쪽이 산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7번국도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많은 비가 내렸지만 철길둑이 없어 논밭으로 넓게 퍼지면서 3~4m 높이인 7번국도를 넘지 않고도 좁은 개울을 통해 물이 바다로 빠질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에는 강구역 둑이 물을 모아 병목현상을 유도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고 본다.

주민 김모씨(59)는 “과거 태풍 글래디스 때도 이번처럼 많은 비가 왔지만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면서 “배수펌프 가동 중단 등 어떤 요인보다도 강구역쪽에서 개천 용량을 넘는 물을 오래 흘려보낸 것이 이번 수해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폭우가 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간당 40㎜ 이상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근거없는 소리도 아니다.

철도건설 당국은 주민들의 주장에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석호영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영남본부장은 지난 8일 “강구역으로 인해 영덕의 수해 피해가 늘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현장에 가서 직접 사안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석 본부장은 “배수체계를 감안해 역을 신설하게끔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후 문제 원인이 밝혀지면 대책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덕역처럼 교량구조로 건설되어야 했던 철로구간 하부를 둑 형식으로 건설한 것이 생각이 짧았다는 지적도 가세하고 있다. 한 주민은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든지 해서 주민들의 의문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배수펌프장 등의 용량 부족도 문제삼고 있다.

현재 영덕 지역에는 강구·우곡·남석·오포 등 4군데 배수펌프장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건립 연도가 1992년부터 2003년에 이르는 등 10년이 넘은 시설물이고 분당 수처리용량도 55~80t에 그쳐 폭발적인 강수량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광운 영덕군청 하수도팀 계장은 “배수펌프장 용량이 이번같은 폭우를 당하면 명백히 부족하다”며 “시설 증대가 절실한 상태지만 예산과 부지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동구·황영우기자

    이동구·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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