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수소차를 포함한 제조업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등으로 오는 2022년까지 10만7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언행들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인식변화가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결국 집권세력 한 복판에 도사린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 문제다. 적대의식을 말끔히 걷어내고 새롭게 가야 비로소 일자리 창출이 성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통해 신산업 일자리 창출계획을 밝혔다. 지원대상에 해당하는 신산업 분야는 미래차, 반도체·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등 5개로서, 일자리위가 기업들로부터 취합한 민간 투자 프로젝트는 141개다. 투자 규모를 모두 합하면 124조 9천억원에 달한다. 민간기업이 수행할 프로젝트로 9만2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 지원사업으로 1만5천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일자리위의 복안이다.

대구시의 경우 미래형 자동차·로봇·첨단의료·물 산업·청정에너지 5개 신산업에 스마트시티를 더한 ‘5+1 미래 신산업’ 육성으로 일자리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경북도도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취업지원 플랫폼구축·인공지능 기술혁신 허브조성·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전기차 무선충전 글로벌 인증 플랫폼 구축·지능형 IoT라이프케어 가전산업화 기반확보 등을 중점 육성부문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시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시도로 인해 핵심 지지층이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한다’고 비난하며 등을 돌리는 수난을 당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창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대규모 벤처투자는 대기업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여차하면 운동권으로부터 ‘문어발 확장’이라며 공격을 당할 개연성 때문에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마음 놓고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라의 미래를 힘차게 견인할 신산업을 활짝 꽃 피우려면 대기업을 ‘적폐’나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관성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계를 시정하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 특히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들이 거대자본에 짓밟히지 않도록 하는 일에 집중하는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