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미

당신들에게 있듯 내게도 있고

내게 있듯이 당신들에게도 있는 것

문밖 강물과 물고기들 어룽대는 소리

어깨보다 큰 귀에 잡히는 바람의 무늬

물푸레나무 밑의 나무의자

촘촘한 그물과 십자방아쇠

숨기고 싶다가도 슬쩍 들켜버리고 싶은 사진

슬프므로 떳떳한 흉터 끌고 가다가다 버릴 이름

흰구름의 유랑의 전설

세상에 없듯

당신들에게도 없고 당신들에게

없듯 내게도 없는

시인이 말하는 문은 무엇일까. 문이란 왕래와 소통을 통한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들과 공감과 나눔의 관계를 열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시인은 문밖의 문을 얘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순수하고 진실한 것들이 자연스러운 존재로 활동하고 있음을 말하면서 문을 닫고 단절과 고립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을 향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