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관련법안 발의
이번 정기국회 2건만 통과 전망
12건 중 10건 심사소위서 ‘긴 잠’
단 한 차례 논의조차 안 된 것도

▲ 11.15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지진복구를 위한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민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주민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지진 지원 법률안부터 통과시켜라”

11·15 포항지진을 계기로 지진을 비롯한 국가적인 대형 재난을 지원·수습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대거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의 법안 심의가 부진한 탓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법안은 발의 직후 자유한국당 중점처리법안에 포함됐음에도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24일 행정안전부가 포항지진 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지진방재 개선대책’에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기존보다 44% 인상했으나 또 다른 논란만 불러 일으킨 채 미적거리고 있다. 11·15지진 1주년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개정 발의된 법률안들이 피해를 본 포항시민들에게 기대감만 안기고 실제로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당 김정재(포항 북)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 1건이 통과됐고,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피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다.

국회에서 지진 관련 법안 12건 중 10건은 아직도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채 낮잠만 자고 있다.

실제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지진·화산재해 대책법 △건축법 △주택법 등은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을 뿐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또 지진 피해주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과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도 외면당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됐을 뿐 이후 아무런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1일 상임위에 상정된 ‘긴급복지지원법’ 일부 개정안도 6개월이 넘도록 법안통과를 위한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지진복구를 위해 모든 법안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을까.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정부에서 발표한 지진방재 개선대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일한 인식과 함께 의원들이 포항지역 문제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포항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재난문제로 봐야 함에 불구하고, 포항지역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내놓은 지진방재 개선대책으로도 충분한 복구비용 정산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진법안 처리에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동료의원들조차도 지진문제를 거론하면 지역 문제로 축소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의원들이 대형 재난을 지원 수습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을 지역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난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중점법안으로 포함시킨 만큼, 관련 상임위 의원들이 국가 재난 문제로 보고 법안 심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하는 행정안전위원회의 소극적 심의 탓에 지진 관련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면서 “정부 측도 지진 발생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냉소적 태도로 지진 피해지원을 다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익없는 법안발의, 숫자놀음 아닌 실제 혜택을 보는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면서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법안들을 하루 빨리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 뿐만 아니라, 지역의원들도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이 숫자를 바꾸는 식으로 법안을 발의해 행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질적 법안을 발의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일부 개정안은 자연재난 중 지진으로 인한 주택 전파와 관련된 복구 부담액을 최대 3억원으로 높이고 국비 부담률을 8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현행‘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택의 파손 정도를 소파, 반파, 전파 3등급으로 구분하는 것과는 달리 2등급으로 구분해 지원토록 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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