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 직접 게시 요청
유심히 감상 “뜻 좋지 않나”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다 복도에 새로 걸린 백범 김구 선생 초상과 김구 선생이 직접 쓴 글을 살펴보고 있다. 초상은 쌀을 비롯한 콩, 팥 등 다양한 곡식을 이용해 유명인사들의 초상을 제작한 이동재 작가가 만든 것으로 백범 김구 선생 초상은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만들었다. 오른쪽은 백범 김구 선생이 직접 쓴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로 유가족이 기증한 것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회의 장소인 여민관 복도에 걸린 백범 김구 선생의 글씨와 존영이 화제가 됐다.

회의 시작 시각에 맞춰 회의실로 향하던 문 대통령은 벽에 걸린 김구 선생의 글씨 액자 앞에 멈춰 서서 글씨를 유심히 감상했다.

액자에는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서산대사의 글귀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글씨가 걸려 있던 곳에는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었으나 청와대 내 작품을 교체할 시기가 되자 직접 문 대통령이 김구 선생의 글씨를 걸자고 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글씨는 김구 선생의 유족이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구 선생의 글씨를 고른 이유를 묻자 문 대통령은 “뜻이 좋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한 뒤 “저 글씨는 마곡사에도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백범 김구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인 장교를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탈옥한 뒤 승려로 위장해 마곡사에 은거하는 동안 하은 스님의 상좌가 되어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고 머리를 깎았다. 마곡사는 남방화소(南方畵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승려 화가를 배출한 절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글씨를 보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낙관에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쓰인 것을 보면 돌아가시기 직전에 쓰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의 글씨 옆에는 이동재 작가의 ‘아이콘-김구’(2014)라는 작품이 걸렸다.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김구 선생의 초상을 만든 작품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 추진계획과 유엔 총회 참석 결과 및 향후 조치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