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영

비련하다

서산으로 지는

당신을 어쩌랴

푸른 풀밭을 밟아 뭉개야

일어설 수 있는

저 광풍의 세상

어쩌랴

그대

이글거리는 분노의

수 많은 눈동자들

하나 남김없이 지워버리게

어쩌겠나

저 썩은 샛강물에

몸 적시는 것들을

아주 가끔

게을러져야

이 세상 살아갈 수 있음을

이제사

바늘귀 만큼 알겠네

부정과 부패, 왜곡된 불구의 세상을 향한 시인의 안타까운 육성을 듣는다. 불의의 세력들에 당당히 맞서다 꺾이고 고통당하다 유명을 달리한 지인을 애도하며 비련을 느낀 시인은 아주 가끔 게을러져야 살아갈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강한 현실 대결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