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최근 탈(脫)원전 사태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도의 현실감각의 중요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연구를 잘 한다 하여도 그 연구의 결과가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지배된다면 결국 그 연구는 효용성이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원자력 과학도들은 원자력과 과학기술이 국가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밤낮없이 연구한 대가가 결국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한다. 이들은 “정부가 전문가를 배제하고 비전문가들의 이념적 선택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편향된 이념과 비과학적 주장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좌우되고 있다”고 한숨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결국 과학자들도 현실감각을 키우고 연구결과가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일치되도록 조율해야만 애쓴 연구결과도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포스텍의 흥미로운 발전과 행사가 주목된다. 그 하나는 인문사회학부의 확대 발전이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는 그동안 사실상 교양학부에 불과했다. 타 대학 인문학과 한 개 정도의 규모로 학부 과정엔 전공도 없고 대학원 과정도 없었다.

최근 포스텍은 인문사회학부 과정에 융합문명, 과학기술, 경제금융 3가지 정도 부전공을 만들고 대학원도 만들어 문화 데이터, 사회조사 데이터, 인터넷 데이터 이런 것을 분석해 사회적 트렌드나 인식구조를 잡아낼 수 있는 데이터사이언스라는 전공 과정을 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전임교수를 대폭 늘리고 관련 소통, 융합, 통일 등을 연구할 연구소 등도 신설한다고 한다.

좀더 적극적으로 인문사회학에서 포스텍의 역할을 확대하고 과학도 등의 현실감각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눈에 띄는 또하나의 시작은 ‘현은강좌’를 신설하고 19일 첫 강좌를 열었다. ‘현은강좌’는 정치, 경제, 사회, 산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초청하여 과학도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류한다는 적극적 개념의 과학도 현실감각 키우기 강좌이다.

포스텍에는 오랫동안 이공계 대학생들의 인문사회 및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포스텍 화학공학과 명예교수인 항오 김영걸 교수가 출연한 기금으로 개설된 ‘항오강좌’가 있어 왔다.

‘항오강좌’와 함께 ‘현은강좌’의 신설은 한국사회와 국제사회를 끌어가는 포스테키언들과 더 나아가 과학도들의 현실감각을 키우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제 1회 ‘현은강좌’로서 경제전문가인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장관을 초청해 ‘한반도의 산업과 경제발전 - 남북 경제협력시대를 대비하여’란 주제로 강연을 실시하였다.

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AT커니코리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홍석우 전 장관은 중소기업청장, 코트라(KOTRA) 사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이번 강연에서 그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의 변화와 전망에 대한 식견을 제공하여 좋은 호응을 받았다.

‘현은강좌’는 정년퇴임하면서 필자가 제자들과 함께 출연한 현은기금의 수익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특별 강연이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는 이 기금으로 매년 9월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초청해 강좌를 여는 한편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포스텍 구성원들이 더 넓은 식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포스텍 학생들 뿐만 아니라 과학도들의 통찰력과 현실감각을 길러줄 강연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를 비롯한 한국의 과학특성화 대학에도 이러한 과학도의 현실감각을 키워줄 프로그램들이 발전하고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