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욱시인
▲ 김현욱 시인

올해 1학년이 된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앞둔 7월 초순부터 그림일기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으로 1학년 1학기 국어 나 교과서 9단원이 바로 ‘그림일기를 써요’이다. 10차시에 걸쳐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발표해보고 또래 친구들이 쓴 그림일기를 읽어보고 그림일기 쓰는 방법을 배운다. 주로 아이들이 겪은 일을 그림일기로 쓰게 하는데 차례는 이렇다. 하루동안 겪은 일 떠올리기, 기억에 남는 일 고르기, 날짜와 요일, 날씨 쓰기, 그림을 그리고 내용 쓰기, 마지막으로 쓴 것을 다시 읽고 다듬기이다.

그림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많다고 가르친다. 중요한 일을 잘 기억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일기를 통해 생각이나 느낌을 오래 간직할 수도 있고,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생각이나 느낌을 오래 간직’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1학년 아이들이 제대로 알리 없겠지만, 그림일기는 우리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 중의 하나이다. 책(그림책)이 첫 번째 친구라면 그림일기는 두 번째 친구이다. 책과 그림일기라는 두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그림일기’의 저자 한젬마,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를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는 데 그림 그리기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고 이오덕 선생님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서 “글쓰기 교육보다 더 나은 인간 교육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는 모두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창의성은 관찰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그리기와 글쓰기가 융합된 그림일기는 우리 아이의 인성을 가꾸고 창의성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공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일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어나가느냐에 부모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A4 그림일기 공책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그림일기를 쓰게 한다. 한쪽에는 날짜와 날씨, 그림을 그리고 다른 쪽은 글을 쓰는 면이다. 연필, 색연필 등이 주로 사용된다. 8절 스케치북을 그림일기 공책으로 활용하는 선생님도 보았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더 자유롭고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필기도구의 종류를 넓히는 것도 그림일기에 흥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무얼 쓸지 몰라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쓸 거리를 몇 개의 낱말로 정리해준다. 뮤지컬이나 영화, 전시회, 맛집에 다녀왔다면 티켓이나 팸플릿, 영수증 등을 알맞게 오려 붙여도 좋다. 동시를 한 편 옮겨 적어도 좋고, 독서감상문을 써도 된다.

피곤하거나 아픈 날은 한 줄만 써도 된다. 꼭 저녁이나 밤이 아니라 오전, 오후에 써도 된다. 그림을 먼저 그리든, 글을 먼저 쓰든, 짧게 쓰든 길게 쓰든, 그림을 정성껏 그리든 대충 그리든, 가능한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 단, 부모와 선생님은 그림일기 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네가 쓰고 그린 그림일기 공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알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선생님처럼 부모도 그림일기 공책에 가끔 댓글을 써주면 좋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을 꼽으라면 ‘꾸준히’를 들겠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그림일기를 채워나가는 꾸준함은 우리 아이의 기초 공부 체력이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 첫 그림일기는 중요하다.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와 선생님이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권, 두 권, 세 권, 자신의 그림일기 공책을 채워나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꾸준히 책 읽어주기를 실천해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꾸준히 그림일기를 쓸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긴 자식 농사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