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으뜸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나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명절증후군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생기는 병으로 우리나라 고유문화에서 파생한 독특한 증상이다. 외국에는 이 같은 현상은 없다.

명절 때 일을 많이 해야 하는 한국의 며느리에게 주로 발생했으나 요즘은 남편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산업화 이후,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생겨난 신종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집중된 육체적 노동과 남편 집 조상에 제사를 지내면서 시집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신적 고통 등으로 여성이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증상이다. 명절 이후에도 목이 뻐근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들이다.

남편도 증상은 비슷하다. 장시간 귀향에 따른 운전과 극도로 날카로워진 아내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고향 친지를 만나보겠다는 기대감도 잠시고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런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명절 후 병원을 찾는 환자는 평소보다 크게 는다. 명절 이후 부부관계가 갑자기 냉전 상태로 돌아선 집도 많다고 한다. 2016년 통계지만 설·추석 전후로 하루 500건이 넘는 이혼신고가 접수돼 평소의 배를 넘었다고 한다.

명절증후군을 가볍게 볼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명절증후군 퇴치를 위한 기업의 마케팅이 등장했다. 여행사의 명절 전후 특가 이벤트가 나왔나 하면 제약회사에서는 명절증후군 타파를 위한 영양제를 개발, 선보였다. SNS 상에서는 ‘명절 제사 없애는 방법’이 네티즌 사이에 인기라고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명절증후군으로 망쳐서는 안 된다. 가족 간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 가지는 의미를 되살리는 정신운동이 필요하다. 꼭 제사를 지낼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가족이 모여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명절의 의미는 충분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