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21세기는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며,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문화콘텐츠의 중심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근대화 이후 문화가 서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면서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가 다양한 매체(telling)와 개인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며 표현되는 문화콘텐츠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상상 속에서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 속에 구현되고,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창의력과 세련된 감각들이 아름답게 표출되어질 때 우리는 이를 통해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가 예술품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예술가의 삶이 될 수도 있다. 인류의 보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종과 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독창성을 얻게 된다.

대구·경북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풍요로운 역사와 수준높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 4세기부터 7세기까지 삼국시대의 중심이 되었던 경주와 조선시대 유학의 성지였던 안동, 근대화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신문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던 대구 등은 한반도의 중심에서 다채로운 역사를 소재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이다. “과거가 햇볕을 쬐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신화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지역은 역사콘텐츠를 통해 문화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잃어버리거나 미처 발굴하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을 되찾아 진정한 문화콘텐츠로 계발하고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지역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료들이 산재해 있으며, 그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소가 전무한 상태이다. 일제 강점기를 중심으로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전통서화와 서양미술이 혼재되던 시기 대구·경북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화콘텐츠의 단초가 된다. 주요 자료의 발굴과 수집, 복원을 통해 보존 연구하면 역사가 되지만 자료의 망실은 결국 신화가 되어 옛 이야기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 아카이브사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아카이브(archive)란 좁은 의미로는 특정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곳, 즉 ‘기록보관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수집 기능을 넘어서서 체계적인 연구를 겸한 발굴과 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수동적으로 원로 예술인들과 유족들에 의한 기증운동에 의존하기보다는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자료들을 찾아내고 수집하는 활동이 겸해진다면, 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한 활용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제일 먼저 수집된 자료들은 대구예술사를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은 이들 자료를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엄선된 연구를 통해 교과서 집필자에게 제공하고 교과서에 수록토록 한다. 마지막으로 타 지역에 대구 등을 알릴 수 있는 홍보자료 활용과 방송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대구·경북예술이 갖는 진정한 역사성을 고착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과거의 기록을 통해 미래 관광산업의 토양을 만들어가는 근대 예술 아카이브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역사라는 기록으로 만들어진 문화콘텐츠는 진정한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