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산업의 으뜸 과제인 무허가 축사 양성화(적법화) 사업이 갖가지 사유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특히 무허가 축사가 가장 많은 경북의 적법화 완료율은 지난 연말기준 18.7%에 그쳤고, 지난 달 15일 현재 25%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 ‘축산농가의 능동적인 자세’ 등 삼박자가 어긋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무리 없는 적법화 조기완성을 위해서는 축산현장의 목소리를 더 깊이 경청해야 할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무허가 축사 적법화 대상 농가 1만4천316곳 중 1단계로 적법화를 마쳐야 하는 농가는 91.6%인 1만3천118곳이다. 하지만 적법화를 마친 농가는 3천341곳(8월 15일 기준), 25%에 불과하다. 인허가 서류를 제출한 1천228곳을 합치더라도 총 4천569곳으로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65%에 해당하는 9천700여 농가는 아직 적법화를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

도내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별 적법화 진행률은 봉화군이 54%로 가장 높고 울진이 고작 4%로 가장 낮다. 특히 1단계 간소화된 신청서 제출 농가는 9천392곳으로 이 중 지난달 22일 기준 이행계획서를 접수한 곳은 762농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달 27일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약 92%가 서류제출도 하지 못하거나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양성화 방법 자체가 축산농가의 현장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농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문 건축사로부터 축사 설계와 측량을 받아야 한다. 또 적법 판정을 받기 위한 절차에 관련된 법이 건축·하천·농지법 등 26개에 달해 하나하나 파악하기도 어렵다.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농정에 축산 농가만 죽어난다는 볼멘소리가 난무하는 이유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인한 잔인한 대규모 살처분과 열악한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들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무허가 축사 양성화 과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테마가 됐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첫 단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접근은 농촌경제에서 42%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 농가를 사지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식량안보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축산업에 종사해온 농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더 새겨들어야 한다.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보다 지혜로운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답답한 양성화가 아니라, 열악한 축산 농가에 진정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