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앞둔 마약사범
수배 중 검거 담당했던
포항북부서 형사팀에
참회의 편지 보내와

▲ 지난 6일 포항북부경찰서 형사5팀 앞으로 발신된 편지 한 통. 지난 6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A씨(49)가 보낸 총 4장의 편지지에는 책임지지 않고서 도망만 다녔던 지난날의 삶에 대한 후회와 함께 자신을 음지에서 양지로 구출해 준 경찰관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 지난 6일 포항북부경찰서 형사5팀 앞으로 발신된 편지 한 통. 지난 6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A씨(49)가 보낸 총 4장의 편지지에는 책임지지 않고서 도망만 다녔던 지난날의 삶에 대한 후회와 함께 자신을 음지에서 양지로 구출해 준 경찰관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저를 꿈에서 깨어나게 해 주신 팀장님과 팀원 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마약사범이 구치소에서 경찰서로 보낸 한 통의 편지가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감형을 목적으로 재판부 등에 제출하는 반성문이 아닌, 범죄에 발을 디딘 이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끊임없이 도주해야 했던 자신의 처지와 수배자란 제목 아래 음지에서밖에 살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을 양지로 구출해 준 경찰관에 대한 고마움이 편지에 녹아 있다. 4년 동안 전국에 마약을 유통·판매해 오다 지난 6월 25일 포항경찰에 붙잡힌 40대 남성이 보낸 이 편지에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6일 포항북부경찰서 형사5팀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에는 지난 6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A씨(49)의 이름이 적혀있다. A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 속칭 필로폰을 판매·투약했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3건의 수배 전단 나붙었지만 유유자적하며 검·경수사망을 따돌렸던 전국구 마약범이었다. A씨는 사건을 인지한 포항북부경찰서 형사팀이 수사를 진행한 지 약 한 달 만에 부산 모처에서 잡혀 현재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반듯한 필체로 적힌 편지 서두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고 운을 땐 뒤, “4년여 동안을 마음 편하게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없이 살았다. 그동안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동안 범죄를 이제서야 뉘우친다고 적었다.

실제 A씨는 경찰에 잡히기 전 서울 용산경찰서와 인천 연수경찰서 등을 비롯해 경기남부·경북·경남지방경찰청과 부산·대구지방검찰청에서 마약 9건에 사기와 횡령 등으로 수배된 상태였다. 수년 동안을 검·경의 추적을 피해 일정한 주거지없이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악착같이 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쳐왔었다고 A씨는 편지에서 고백했다. 현재 구치소 생활을 하며 운동과 명상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A씨는 “마약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시키는 것임을 깨닫는 데 청춘은 다 묻혔고, 삶에 있어 주홍글씨가 됐다”며 “모든 걸 잃었고 밑바닥 인생이 된 지금에서야 내 모습이 보이더라”고 참회했다. 말미에 그는 “저를 잡은 형사님께 편지를 쓰는 것도 처음이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처음”이라며 “(신종현)팀장님과 정재우 형사님, 배반장님, 최기호 형사님, 그리고 저 잡으려고 따라 오셨던 키큰 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편지를 수신한 포항북부경찰서 신종현 형사5팀장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늘 형사생활을 해 왔다. A씨 역시 특별한 것 없이 그렇게 대했는데 갑자기 편지가 와서 솔직히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뿌듯하기도 했고, 이번 편지를 팀원들과 함께 보면서 경찰 직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며 “대한민국 경찰이자 형사로서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발에 땀나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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