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복지분야 확대 정책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에도 슈퍼급 예산이 짜이면서 복지분야에 대한 예산은 크게 증가했다. 내년 정부예산안 470조여 원 가운데 복지비 총지출은 전년보다 14.6% 늘어난 72조3천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의 15.4%를 담당한다. 사실상 복지 성격인 내년도 일자리 예산 등을 포함하면 정부의 복지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4.5%로 역대 최고치다.

정부가 이 같이 복지분야 정책을 확장하는 것은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당면한 국가의 구조적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에 기인한다. 복지분야 예산의 증가로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복지분야 예산 대부분이 지방정부와 재정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매칭사업이어서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로선 예산증가가 곧바로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복지분야 예산을 확대하면서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궁핍해졌다.

올해도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지방과 공동으로 분담해야 할 복지분야 예산이 늘면서 지자체는 벌써 내년도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 아동수당,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기초연금, 보육수당 등 지방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업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예산지원으로 생색을 내고 있으나 지방은 오히려 덤터기만 늘어난 꼴이다.

대구시의 경우 일반사회복지비와 특별회계 분야까지 포함하면 3천4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대구시가 투자해야 할 사업이 축소되거나 미뤄지는 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대구광역교통망 구축사업비가 감액되고, 지역성장 동력을 위한 신규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트 실험실 기자재 구입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5G·ICT 융합디바이스 개발지원사업 등은 예산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크게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더 악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지역생활 밀착형 SOC 사업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재정이 취약한 일부 지자체는 되레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58.7%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6위다. 경북도는 36.1%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4위로 두 곳 모두 하위권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세종시,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만이 높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한다. 획기적인 지방재정 대책 없이는 지방정부 스스로가 독창적이고 지역특화된 사업을 벌여 나가기가 어렵다. 현재 2대 8 수준인 지방세와 국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분권 없이는 지방은 언제나 중앙정부의 예속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