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태

달빛에 별빛 무너지고

금 간 종소리처럼 칭얼대는

개 밥그릇에 바람이 뛰어논다

개 목걸이, 모과나무 긴 동쪽 가지

나팔꽃 따라 걸렸다

쓰러진 들깨밭 위로 떨어지니

달그림자 내려앉은 봉당 귀퉁이

만삭의 도둑고양이 울음소리

텅 빈

개 밥그릇 울음소리

환하게 보름달이 비치는 빈집의 한가롭고 쓸쓸한 풍경 한 장을 본다. 빈 개밥그릇과 개 목걸이, 텅 빈 봉당에 쏟아지는 은빛 달 그림자가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들리는 만삭의 고양이 울음소리는 을씨년스러운 빈집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