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F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진종오, 10m 공기권총 단체전 金
AG 아픔 딛고 개인전 이어 2관왕

▲ 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사격장에서 열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진종오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쏴서 1등은 생각도 못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격 황제’ 진종오(39·KT)에게도 이런 역전극은 드문 일이었다.

진종오는 6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단체전을 겸한 본선에서 한승우(35·KT), 이대명(30·경기도청)과 1천747점을 합작해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결선에서 사격 역사에 남을만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경기 초반 흔들린 탓에 아르템 체르소누프(러시아)와 크게 격차가 벌어졌던 진종오는 7발을 남겨두고 6.2점의 차이를 모두 지워버리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발에 체르소누프와 241.5점 동점을 만들었고, 슛오프에서 10.3점 대 9.5점으로 앞서 두 번째 금메달을 확정했다.

진종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한 발까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면서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쏴서 마음을 비웠는데, 그 덕분에 이런 경기를 만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진종오와 일문일답이다.

- 2관왕에 오른 소감은.

△ 아시안게임 때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욕도 많이 먹고,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사격은 4년 주기다.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이번이 마지막 대회가 아닐까 생각해서 힘들게 경기했다.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얻어서 매우 기쁘다. 오늘만큼은 총 쏘는 거 생각 안 하고 마음껏 즐기고 싶다.

- 오늘 같은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 역전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나.

△ 우리는 3명이 같이 결선 들어가니까 확률적으로 메달 딸 거라는 안심이 됐다. 후배가 같이 해주니 힘이 됐다. 후배들이 두 명이나 도와주니 마음은 더 좋았다.

결선 시작하면서 초반에 8점 쏘고 실수했을 때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쏘더라. ‘아 저 선수는 절대 못 잡겠구나’ 했다. 운이 따랐다. 너무 감사하다. 개인전도 개인전이지만, 남자 권총이 전 세계 최고라는 걸 확인시켜줘서 기쁘다. 동료 선수와 (박병택) 코치님께 감사하다. 여러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왈칵 났다.

-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힐 수 있는가.

△ (아시안게임에서는) 다른 음식도 안 먹고, 양치할 때도 생수로 했다. 그런데 딱 장염에 걸렸다. 5일 동안 너무 고생했다. 준비도 열심히 했다. 밥 먹고 산책하고, (선수끼리) 서로 책을 읽고 메모하고 준비했다.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지니 너무 속상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세계선수권대회가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맞았는데,초반부터 어렵게 나갔다. ‘단체전에서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한 발이라도 신중하게 쏘자는 생각이었다. 이 한 발로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 리우 50m에서도 대역전승을 거뒀다. 초반에 밀렸을 때 집중력 유지하는 비결은.

△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초반 탈락 위기에 놓이니 욕심 안 부리게 되더라. 초반에 8등으로 처진 순간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그때부터 제 기술이 제대로 나왔던 거 같다. 초반에 떨어지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덕분에 욕심을 비웠다.

- 언제 승리를 예감했나.

△ 마지막 한 발까지 그 생각 안 했다. 이기겠다는 생각 안 했다. 3등까지 결정이 나고 (일단 메달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오늘은 신기하게 1등 마음을 비웠다.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쐈다. 그 덕분에 슛오프까지 가면서 그런 경기 만들어낸 듯하다.

- 단체전 우승 비결과 목표는.

△ ‘내가 쏜 한 발이 후배에게 실망감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준비한 창원시가 우리 메달을 만들어줬다. 시설도 좋았고, 최고의 환경 만들어줬다.

이 한 발로 동료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 생각했다. 올림픽 목표는 얘기 안 하겠다.

오늘은 즐기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