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모두 ‘시장의 역습’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분배의 정의’를 내세워 ‘소득주도 성장’이란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실험해왔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와 정부가 추진해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계층에 혜택을 주기는커녕 이들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고, 이들의 소득을 악화시켰다. 성장은 커녕 분배까지 악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임금 인상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게 된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봐야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풍선효과로 시장의 역습을 받은 모양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기를 부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없다고 강변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더 많은 시행착오로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기업 투자 의욕을 살려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값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의 희망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심차게 시행한 8.2부동산 대책 1년동안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10.5%, 서울 평균은 6.6% 올랐고, 지방은 1.7% 떨어졌다. 수도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방주택 값은 다소 떨어졌다. 잡으려던 강남은 급등하고 집값 양극화만 심화된 셈이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갈팡질팡이다. 서울시장은 용산과 여의도 개발계획을 발표했다가 거둬들였다. 실수요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려다 하루만에 물러서더니, 임대사업자로 많이 등록하라며 내걸었던 세제 혜택 약속을 뒤집으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 와중에도 청와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거주를 위한, 정말 국민들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정부를)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대신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시장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시장 경제를 아주 정말 지독하게 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은 정부가 다 공급해버린다”고 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강남은 재테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이니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대신 서민들을 위한 주택시장은 정부가 확실하게 투기세력을 제압할테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여당 대표의 연설 한마디에 수도권 30만호 공급이라는 정책이 느닷없이 튀어 나왔다. 정부는 8·27대책에서 30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30여개 공공택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같은 혼란은 집값은 자연스런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더 좋은 환경의 주택을 찾는다. 이 흐름을 막는 것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가로막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에 개입한다. 결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중과세를 비롯해 대출·전매 억제 같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주택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집값을 자극한다. 강남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억~5억원씩 뛴 아파트가 속출하고, 강북에도 10억원대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규제는 절대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경험했던 일이며, 경제의 기초원리다. 바로 시장의 역습이다.

반드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할만 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오기가 돼선 안된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는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 산업경기가 악화된 지방에는 규제를 풀어주고, 생활편의시설 및 교통망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공언했던 참여정부 5년동안 전국 집값 상승률이 무려 64%에 달했던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