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Ki-Dult)라는 이색 용어가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adult가 합쳐진 합성어다.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20, 30대 성인 계층이 유년시절 즐겨 놀았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껴 그런 것들을 다시 찾아 즐기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키덜트 문화라는 이름으로 시장도 엄청 커졌다고 한다.

자칫하면 정신적 퇴행으로 비칠 행동이 지금은 당당한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문명 뿐아니라 생각과 인식의 개념도 급변하는 세상이다. 옛 어른이 보았으면 “나잇값 못 한다”고 혀를 끌끌 찰 일이다.

나잇값이란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나잇값을 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어른이 향수를 쫓아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에 흠뻑 빠져 놀아도 나잇값하고는 상관없는 일이 돼 버린 세상이다.

공자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워 70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40살(不惑)이 돼서야 세상의 미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50살(知天命)에 가서는 분수를 알겠더라 했다. 60살(耳順)에는 관용이 생기고 70살에는 종심(從心)을 한 것이라 했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모두가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깨달음에 더 가까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옛날부터 어른들은 집안 대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 해결하는 지혜를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것이 바로 나잇값이다.

어른이 돼도 나잇값을 못하면 철없다는 소리만 듣는다.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부족한 어른이라는 뜻이다. 국회가 3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갔다. 여야 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생문제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회기만큼은 나잇값 제대로 하는 국회였으면 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