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허나 당신, 성문 밖으로 혼자 걸어나오며

단 한번만 회화나무 쪽을 천천히 바라보십시오

그 부러진 나뭇가지를 한번도 떠난 일 없는 어둠을요

그늘과 형틀이 이리도 멀고 가까운데

당신께 제가 드릴 것은 그 어둠뿐이라는 것을요

언젠가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

시인은 해질녘 충남 서산에 있는 천주교 성지 중의 하나인 해미읍성을 떠올리고 있다, 동헌 앞의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그 나무의 상처와 아픔을 떠올리고 있음을 본다. 조선 말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옥사 앞의 회화나무는 그런 아픈 역사를 다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 나무에 매달려 고통당하고 죽어간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생각하며 나무에 새겨진 그늘과 상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