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은 참 흥미롭다. 이름하여 극피동물에 속한다. 극피란 피부가 가시로 뒤덮여 있다는 뜻일 텐데, 그런 것치고는 성게와 달리 부드럽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인삼만큼이나 몸에 좋다 해서 바다의 인삼, 해삼이라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걸 바다 쥐 같다고 해서 ‘나마코, 海鼠’라 하고, 영어로는 이게 다시 ‘바다 오이, seacucumber’라 한단다. 한국에서 나팔꽃이 일본에서는 ‘아사 가오’, 즉 ‘아침 얼굴’이요, 강아지풀이 일본에서는 ‘네코 자라시’, 그러니까 ‘고양이 장난감’이라 하니,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상상하는 사람들이다.

해삼은 앞뒤로 입도 있고 항문도 있다는데, 한 번도 자세히 보질 못했으나, 구별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또 암수 구별도 있다는데 도대체 무얼 보고 암놈, 수놈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해삼이 여름잠을 잔다는 것, 영상 25도 이상이 되면 얘가 잠을 잔다는 것이다. 달팽이가 여름에 비 안 올 때 여름잠을 잔다 하고, 그밖에 개구리나 무당벌레, 거머리, 악어, 거북, 뱀, 사막 사는 뜀쥐 같은 것들이 여름잠을 잔다는데, 겨울잠은 곰이 자는 것이고, 추위에 대비한 것이라지만 여름에는 왜 또 잠이 필요할까? 하기는 여름도 올해처럼 뜨거우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들은 얘기로 이 해삼도 기름을 만나면 녹아버리다시피 한다 하고, 백과사전에는 지푸라기에 든 ‘고초균’이라는 것이 산 해삼을 통째로 녹여 버린다 한다. 또 놀라운 것은 해삼의 방어 본능, 얘들은 적을 만나 잡혀 먹을 지경이 되면 국수면발같이 생긴 퀴비에관이라는 것을 쏟아내기도 하고 내장을 통째로 쏟아내기까지 하는 기행을 벌이는데, 그렇게 하고도 내장이 다시 재생된다 한다. 다른 물고기 같은 이물질이 항문으로 들어오거나 하면 독(홀로수린스, holothurins)을 뿜어 막아내기도 한다. 이 해삼 같이 독한 사람들도 많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해삼이 수명을 알 수 없다는 것, 얘들은 몸의 어디를 잘라내도 잘라내어진 것들이 각각 완전히 재생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한다. 그러니 불로불사,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초가 바로 이 바다 속 해삼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옛날 스무 살 적에 목포에서 배타고 홍도 갈 때 갑판 위에서 웬 할머니가 해삼 파는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고무 다라이 위에 나무 도마를 얹어놓고 물속에서 징그럽게 생긴 데다 색깔도 절대 먹음직스럽지 않게 생긴 것을 건져 올려 썰어내는데, 그걸 어른들이 맛있다고 쏘주를 한 잔 털어 넣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초고추장을 턱 쳐서 입으로 가져 가는데,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