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대 신임 포항문화원장은 포항문화원이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도록 지역의 향토사 및 향토문화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채로운 사업을 발굴 하겠다고 말했다. /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신임 포항문화원장으로 박승대(64) 전 포항문화원부원장이 최근 취임했다.

박 원장은 배용일 전 포항문화원장 별세에 따라 치른 원장 보궐선거에서 단독 후보로 등록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는 내년 2월 24일까지인 전 원장의 남은 임기를 맡는다.

지진 후유증 등 어느 때보다 지역이 침체된 이 때 막중한 임무를 맡은 그를 지난 27일 만났다.

포항 출신으로 대학 졸업 이후 포스코에 입사해 정책, 인사, 지역협력 관리 분야에 근무하며 지역 문화예술단체들과의 깊이있는 교류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직한 뒤에는 개인사업을 하며 포항기업협의회장, 동대해문화연구소 이사장,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새 프로그램 적극 개발·실행
포항역사 문화 정체성 발굴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활성화
‘전국한시백일장’ 수준 제고

지난해 배용일 전 원장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1년 여 업무를 대행하면서 둥글둥글한 성격이면서도 합리적이고 추진력이 강한‘외유내강’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문화예술인이 아니지만 문인, 음악, 미술협회 등 다양한 문화 분야와 일찍부터 접할 기회가 있었던 덕분에 문화적으로 한 분야에서 깊은 전문가적인 지식은 부족할 지 몰라도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다방면으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나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 지역문화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문화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형산강의 기적을 이룬 위대한 포항시민들의 산업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이제는 문화로 꽃피워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문화원장의 중책을 맡아 개인적으로는 한없는 영광입니다만 어깨가 무겁습니다. 작년에 전임 원장님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1년 넘게 업무를 대행하며 대략적인 업무는 파악하고 있지만 행사도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의 선도 등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추대해 주신만큼 문화원의 위상제고와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지역발전을 위한 일을 계속하셨고 지역에서는 문화예술단체들과의 교류와 협력에 많은 역할을 하신 것으로 평하고 있는데요. 조금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되지만,‘문화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전 세계적으로 문화산업이 부흥하게 되면서 각 나라들은 국가적·지역적 특성을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OECD 국가들은 21세기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동력이 지역문화에 내재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지역문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문화선진국들은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지역 정체성 구축 및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문화원형·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해 지역 간의 문화적 갈등 해소 및 균형적인 발전을 통해 문화사업의 경쟁력을 증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지역문화사업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문화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역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의 문화자치단체’선정, ‘지역문화의 해’추진 등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와 같은 지역문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지방문화원은 ‘1지역 1지방문화원’ 원칙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지역에 설치된 문화원의 목적은 지역에 내재한 고유한 역사문화를 발굴, 조사해 역사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방문화원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관심만을 유발할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즉 지방문화원의 목적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합되는 많은 사업을 시행함으로서 단순히 교육행위를 하는 공공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문화원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중요성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역문화사업을 더 특성화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화원장 후보 출마의 변에서 “문화원은 위상이 제고돼야 할 기관”이라고 하셨습니다. 향토문화 발전을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임기 중에 중요시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화원의 위상제고에 힘쓰겠습니다. 현시점의 문화원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단체나 사회단체에 비해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문화도시 포항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제반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계획을 통해 포항역사문화의 정체성 발굴 및 학문적 접근으로 포항문화에 대한 자긍심 제고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중요한 사업 두가지만 들면 첫째는 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의 활성화 입니다. 그야말로 문화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서, 잊혀져가는 문화발굴조사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게 탄탄한 발판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둘째로는 올해 40회를 맞이하는‘전국한시백일장대회’를 전국 수준으로 발전시켜 포항이 문화의 고장인 것을 알리고 행사 후에는 한시집도 발간할 것입니다. 포항시민을 위한 전통민속 행사로 ‘포항 단오절 민속축제’와 더불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화원의 색채를 담아낼 것입니다.

-문화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그리고 포항시와 시민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제 강점기, 해방, 6·25 전쟁까지 포항은 작은 어촌마을이며, 무역을 하는 소도시였습니다. 그 후 해병대, 포스코 산업철강도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상대적으로 문화 불모지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바닷가는 문화가 없다는 선입견도 작용했을 것 같고, 그동안의 좋은 행사에 비해 홍보가 부족했던 면도 있지 않았을까요? 문화는 특별한 것이 아닌 삶 그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숨 쉬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문화라 생각하고, 생활 속에서 일상을 즐기는 문화,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족으로 혹시 인생 철학 같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박 원장은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라며 “지금까지와 같은 문화가족(문화원 회원의 성격)의 성원과 격려가 있다면 더욱 더 분발해 52만 포항시민의 자긍심이 되는 문화원의 모습 재현을 위해 저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답했다. 그가‘포항의 자긍심이 되는 포항문화원’을 위한 답을 찾기를 응원해 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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