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실상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정부는 전국의 323개 대학(4년제 187개, 전문대 136개) 중 자율개선대학 207곳을 선정하고 학교별로 통보했다. 이들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 없이 내년부터 일반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율개선대학에서 제외된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진단제외대학 등으로 분류된 116개 대학은 다음 달 시작되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부터 당장 타격을 입게 된다. 역량강화대학은 7~10%의 정원감축이 권고되고,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유형에 따라 10%에서 많게는 35%까지 정원 감축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구경북에서도 39개 대학 중 4분의 1수준인 10개 대학이 역량강화대학(6곳)과 재정지원제한대학(4곳)으로 지정돼 사실상 구조조정의 위기에 직면케 됐다. 특히 지역대학은 향후 2∼3년 내 급격한 대학입시자원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대학 생존과 직결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 견해다.

대학의 구조조정 작업은 2015년부터 착수했으나 대학의 사활이 걸린 중요 문제라 정부는 그동안 연착륙을 유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대학진단 결과를 토대로 역량 하위권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과 같은 엄격한 제재가 이뤄진다. 이번 진단결과는 대학의 장학금 지원과 학교운영 재원에 나쁜 영향을 미쳐 해당 대학들은 학생모집 자체가 힘겨워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전국에서 신입생 충원율 70%를 채우지 못한 대학이 15군데나 됐다고 한다. 2021년에는 대학정원이 학생 수보다 5만6천명이나 더 많아진다고 한다. 우리시대 최대 고민거리인 출산율 저하가 대학을 구조조정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구조조정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머잖아 학생수 감소로 또 다른 대학이 퇴출대학으로 밀려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정책과 경제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지금과 같은 한국적 구조 아래에서는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방대학은 더 많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대학의 특수성과 지역경제 여건 등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지역의 사립대일수록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악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률적 평가방식의 재고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대학 스스로가 제 살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단이나 대학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과제였던만큼 대학 내부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폐쇄는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상권붕괴 등 또 다른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다. 자치단체 등 지역사회의 관심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