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사회운동으로 시작한 “내 탓이오” 캠페인이 벌써 30년 전쯤 일이 됐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적 행동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다툼으로 각박해지는 현실에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벌인 이 운동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사회 계몽운동으로 영역을 넓혔다. 각자의 목소리는 커지면서도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정작 책임을 질 사람이 없는 안타까운 우리사회의 풍조를 정확히 꼬집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도 컸다.

사람이란 이기적 사고의 동물이다. 남보다는 자기 생각에 몰입하게 마련이라 책임보다 변명에 급급하는 속성이 있다. 선현들이 겸손을 미덕으로 가르쳐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하는 마음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하심(下心)이라 부른다.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뜻이다. 나 자신을 낮추어야 비로소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다른 철학자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 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그의 명언이 이런 생각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 했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잘되면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하면 남한테서 이유를 찾는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적 한계라지만 남 탓하는 모습이 어쩐지 품위는 없는 것같다. 남을 원망하지 않는 마음이나 행동이야말로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품격있는 바른 생활태도다. 옛말에도 군자는 겸손함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제 능력이나 솜씨가 부족함을 모르고 다른 핑계로 변명을 해댈 때 “선무당이 마당 기운다 한다”고 우리는 꼬집는다. 남 탓하는 문화, 이제 고쳐져야 할 우리사회의 고질병이다.

정치인이면 남 탓보다는 책임 있는 행동의 결기 정도는 보여줘야 믿음이 갈 것이다. 작금의 ‘고용 쇼크’ 소동을 두고 전 정권의 탓으로 말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우리는 통 큰 정치가 기대 난망이란 생각에 잠시 빠지게 된다. 남 탓보다 내 탓으로 돌리는 속 깊은 지도자는 없는지 안타깝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