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한동대 교수·경북교육발전기획단장
▲ 장규열한동대 교수·경북교육발전기획단장

거의 코미디가 아닌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멀쩡한 피붙이 한 가족이었음이 분명한 것을, 어쩌다 우리는 이처럼 희한한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일까. 기나긴 세월을 헤어져 살았던 끝에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한 번의 조우를 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이 운명에 우리는 길들여진 것일까. 통틀어 고작 몇 시간 상봉 끝에 우리는 따로따로 갔던 길로 터벅터벅 돌아왔던 것이다. 그리고는 또 바로 엊그제처럼 헤어져 떨어져 살아가는 일을 이어간다. 세상에, 한반도에 사는 이 백성들밖에 이처럼 기구한 헤어짐과 만남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1983년이었다. KBS가 진행했던 ‘이산가족 찾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전쟁이 지나간 후 30년만에 벌어진 미디어쇼로 마주한 ‘이산가족들’의 회한과 눈물은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다. 그 해 6월부터 11월까지 방송을 통하여 무려 1만189건의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또 35년만에 2박3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엊그제 상봉행사에는 남과 북으로부터 200명도 채 안 되는 이산가족들이 만났다. 지금껏 30여 년동안 20차례의 상봉행사를 통해 겨우 2천여 명의 가족들이 만났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만남의 의미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클 것이지만, 이 땅이 품고 있는 ‘이산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등록된 이산가족이 모두 13만2천124명이라 하며, 이 중 생존자가 5만6천990명. 수십년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이 분들은 이제 모두 고령이므로, 우리는 ‘이산가족’의 문제를 더 이상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 이를 그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화해의 신호로 사용하는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겨레의 측은지심을 담아 다시 생각하여야 한다.

이박삼일. 이게 말이 되는가. 쌓이고 쌓여 끝도 없을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풀어놓을 것인가. 무슨 맛보기 행사도 아니고 가족들의 기다림과 목마름을 어찌 이렇게 가벼이 취급한다는 말인가. 겨우겨우 한 번 만나고 돌아서면, 차라리 이제는 다시 못 볼 약속을 해야 하는 현실. 그렇게 많은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주어질 확률은 거의 없을 터. 그러므로 이산가족 상봉이라기보다 ‘영구이별 확인행사’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통일이 되기 전에 다시 만날 기회는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다시 생각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애타게 감질나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봉행사는 다시 살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헤어져 오래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것도 안타까운 터에 맺힌 한을 이박삼일 풀고 돌아서라는 이벤트성 행사는 이제 그만 했으면 싶다.

우선,‘주소교환과 서신왕래’를 자유롭게 하자. 이미 만났던 가족들을 물론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들도 생사와 소재가 확인된다면 서로 연락하며 회포를 나누지 못할 까닭이 없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부분에서 민감한 부분이 없지 않겠으나 남과 북이 협력과 화합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남과 북으로부터 찾아와 서로 만날 수 있는 ‘만나는 마당’을 만들어 항상 열어놓도록 하자. 이전의 상봉행사로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풀린 매듭을 보통 사람들이 함께 자연스럽게 풀어가도록 기회를 마련하여야 한다. 물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생각해야 할 가닥이 많을 것이다. 우리의 소원이 과연 통일이었음을 확인한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물꼬가 트인 대화와 협력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족’의 하나됨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반도가 정치적으로 건강하며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사회적으로 유연하면서 문화적으로도 하나가 되는 새로운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2박3일은 그만, 통일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