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이 언론의 기능은 때로는 칼보다 무섭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며 미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신문을 선택할 상황이라면 주저없이 정부없는 신문을 선택할 것”이라 했다. 우리 사회의 언론 기능을 강조한 말로 유명하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국제 언론인 인권 보호단체이자 언론 감시단체다. 1985년 프랑스의 한 라디오 기자에 의해 조직된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언론인 구금과 살해된 저널리스트 지원을 위한 단체다. 2002년부터는 특파원, 저널리스트, 인권운동가 등이 참여해 국가별 언론자유 정도를 평가한 세계 언론자유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올해 43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63위에서 20단계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이 아직은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데서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조사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180위를 유지, 최악의 언론자유국으로 평가됐다.

언론의 자유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가치인 동시에 자유 민주주의 통치 질서를 유지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렇지만 언론의 자유만큼 언론의 윤리와 책임도 우리 사회가 감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우리 헌법에도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국민 사생활과 자유가 침해받지 않아야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은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가장 힘들다. 서로 존중돼야 할 가치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300여 언론사가 같은 날 동시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써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언론사의 사설연대는 세계 언론사를 통 털어서도 드문 일이다. 취임 후 대놓고 언론을 공격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론사의 연대 경고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가 치명적 위험에 빠진 것”이라 평가했다. 언론은 사회 공기(公器)다. 언론의 정당한 비판에는 대통령도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