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야기’가 우리나라 상공에 자리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중국을 향해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폭염을 식혀줄 것을 기대했던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를 비켜가면서 우리나라는 당분간 36도 전후의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북 동해안은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일 경북 동해안에 내려진 고수온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9일 오후 3시를 기해 경북 영덕군 경계 해역북방~전남 고흥 거금도 서측 종단과 충남 보령 원산도 남측~전남 영광 안마도 북방 구역의 해역에 고수온 경보를 내렸다.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영덕과 포항, 경주 등 동해안 연안 수온은 28~29도에 이른다. 바다 수온이 28도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전복, 넙치, 우럭 등 온대성 양식생물은 생리활력이 저하돼 대량 폐사가 우려된다.

경북 동해안은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9일 하루 동안 29곳의 양식장 등에서 어류 4만5천 마리, 전복 5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금까지 고수온으로 양식장 35곳에서 넙치와 강도다리, 우럭, 전복 등 모두 31만3천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동해안 뿐아니라 전국 곳곳 연안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가 급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고수온에 따른 잠정 피해액을 약 18억6천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해수부도 양식어가의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고강도 대응체제에 나섰다. 종합상황실 운영을 통해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로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가의 피해를 줄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집단폐사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사고다. 지난해만해도 경북 동해안에서 같은 이유로 수십만 마리의 어폐류가 집단폐사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어류 집단폐사에도 시설개체에 따른 비용부담 때문에 어가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폭염은 앞으로도 더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최근 기상청이 우리나라 해수 온도를 관측한 결과, 해수 온도가 매년 상승하며 아열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7월 해수의 평균 수온이 21.36도였으나 올해는 평균 기온은 24.25도로 2.89도나 높았다. 8년 사이 3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밝혀졌다.

양식어장에 대한 시설개체 등은 단시일 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 고수온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당장은 없다. 그러나 근본대책에 앞서 행정 당국이 앞장서 현장방문과 어민 격려에 나선다면 최소한의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긴급예산 지원과 신속한 피해 조사, 폐사체 수거 등으로 행정이 어민의 아픔을 달래고, 힘이 되어준다면 조금이나마 그들도 시름을 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