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전주에는 처음 오시죠?”

얼마 전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강연을 듣던 한 교수가 내게 물었다. 전주에 온 기억이 있던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20년 전 쯤 한번 왔던 기억을 살려냈다. 전북의 수도 전주에 내가 한국에 돌아와 포항, 대구에서 살아간 지 30년 만에 단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그것도 내 직업인 교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스포츠 이벤트로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다.

그동안 서울에서 강연을 한 적은 수없이 많았고 대전-대구-부산을 잇는 남북축에 있는 대학이나 기관에서 강연한 적은 많았어도 호남쪽에서 강연한 것은 손꼽을 정도였다. 광주는 학회로 두 번, 결혼식 주례로 한 번 가보았을 뿐이다. 전주의 명물 전주비빔밥을 맛보면서 그리고 정겨운 캠퍼스를 걸으면서 왜 우리는 동서축이 발달하지 못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강연내내 이제 우리도 동서 교류, 동서 소통이 좀 더 활발해져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동안 “서울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이런 소리를 수없이 듣고 지냈다. 대구에 와있는 지금도 여전히 이런 문자가 날아온다.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 교수들도 수없이 서울을 드나든다고 한다. 물론 서울이 한국의 수도이며 모든 것의 중심지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러나 광주나 전주, 호남쪽에서도 가끔 이런 문자가 날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30년간 광주나 전주같은 호남 중심 지역에 가본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서울 수 백 번 대전, 부산도 수 십 번은 다녀온 것같다. 지금도 호남지역은 무척 낯설다. 88고속도로로 불렸던 대구~광주의 고속도로를 달린 것도 손꼽을 정도이지만 경부고속도로나 경부선 기차는 수 백 번 이용했다.

올해 초 평창올림픽 때 선수와 관중 수송을 위해 동서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긴 하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를 위해 동서축 도로 인프라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서울~강릉을 잇는 경강선 KTX 개통이다. 그러나 호남~영남을 잇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서축에 큰 발전이다. 그러나 이 경강선도 올림픽이 끝나고 여름철이 지나면 아마도 승객유치가 만만치 않을듯하다.

국토부는 총사업비 8조원을 투입해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연장 400km 이상을 계획하고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88고속도로도 왕복 4차선으로 바뀌어 편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여 한산하다. 대부분의 동서축 고속도로는 남북축 도로보다 한산하다.

수도권과 부산권을 종적으로 잇는 남북축 중심의 국토개발 기본 전략을 호남권과 영남권, 그리고 강원권~충청권~호남권을 각각 횡적으로 잇는 동서축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랫동안 국가 기본전략으로 시행되어온 남북축 중심의 국토개발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을 극도로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국토의 일부 지역에 불과한 경부축의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 등이 집중 배치되어 지역격차 부작용이 심화되어 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개발 격차와 불균형 발전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그동안 전국 주요 지방도시에 혁신도시를 건설해 공공기관들의 강제 이전 등 불균형 시정 노력이 있었지만 서울과 지방간의 개발격차와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고 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동서축 개발이라고 생각된다.

그간의 남북축 중심 국토개발 기본 전략의 동서축 중심 대전환 주장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국토개발 기본 전략의 동서축 중심 전환을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그간 남북축 중심의 개발전략으로 소외되어온 동서의 영호남지역 자치단체들에서도 꾸준히 주장되어야 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포항이나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전주 광주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88고속도로에 자동차가 꽉 메워지는 날들을 상상해 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