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준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5번기 공개 대국에서 알파고가 4승1패로 승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국의 결과로 인공지능의 가치와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를 계기로 해외 뿐만아니라 국내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인공지능을 통해 이뤄지는 변화상과 산업적인 가치, 그리고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한 해였다.

기관, 단체, 전문가, 인문학자 할 것 없이 인공지능에 의해 촉발되는 사회, 산업, 문화 등의 분야에 수반되는 변화와 문제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생활의 변화되는 모습을 분석, 예측해 기술적인 대안을 찾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알파고가 던졌던 신선한 파문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시책 변화나 알파고와 같은 기술의 환경 변화에 새롭고 혁신적인 방안 및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자들이 분주히 노력을 해 오고 있다. 필자도 IT를 전공하고 관련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기관이나 산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및 기술 위원회에 직간접적인 참여를 빈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긴박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정과 중요성을 알기에 위원회 참여, 자문, 개선안 제시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이룬 관계자들께 아낌없는 찬사를 전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은 보이지 않는 규칙을 기반으로 자율로 이뤄지는 환경에서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적인 패러다임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입 시기는 학자에 따라 다르게 예측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의료, 제조 공장 등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기나 기계의 성능이 인간과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늦어도 2025년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초입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비서, 의료 사진 판독, 그림 그리기, 작곡 등의 영역에서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또 현재 반복성이 있는 일부 서비스는 사람의 능력을 앞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람을 능가하는 분야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첨단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는 지금 지나온 기술 발굴이나 산업 육성 정책들을 생각해 보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MS-DOS 7.0이 출시되는 시점으로 기억이 되는데, 정부에는 한국형 K-DOS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성과에 목말라했다.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결과론적으로 K-DOS는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외에도 한국형 리눅스, 위피, 토종 모바일 운영체제, 인터넷 보안 기술 등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다른 시기 방법들로 추진됐다. 결과는 모두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기능이나 기술적인 한계를 보여 사장되고 말았다.

구글의 경우 알파고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 진흥 정책에서도 되짚어 봐야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에 눈을 돌리고 기술의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의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시기에 즈음해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만 집중을 했었다.

현재의 역량들을 높이기 위해 어렵사리 개발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개발해 놓은 기술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 못했던 일들을 돌이켜 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