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구와 포항지역민들은 보름이 넘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깊다. 찜통더위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국민들 사이에 폭염 재난이 지속되고 있는 기간에는 전기료 누진제를 일시 폐지하는 등 정부의 현실적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년 만에 혹독한 무더위가 덮쳤던 지난 2016년 정부는 6단계인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3단계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1단계와 최상위단계의 누진율은 11.7배에서 3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또 다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9일 현재 청와대에 등록된 누진제 폐지 청원 건수는 331건에 달한다.

실제로 사상 최악의 폭염 탓에 통상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그 해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를 넘어서는 시점도 훨씬 앞당겨졌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던 2016년에는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겨울철 기록(1월21일 8천297만㎾)를 갱신한 시점이 8월8일(8천370만㎾)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2월6일의 최대 전력수요(8천824만㎾)를 지난 23일(9천70만㎾) 일찌감치 뛰어 넘었다.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16일이나 빠른 기록이다.

이날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인 9천만kW를 넘어서면서 2년 만에 또다시 전기요금 폭탄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기료 사용량 증가는 장기간 폭염 기승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사상초유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온열병 사고도 두렵고, 누진 전기료도 무서운 이중고에 빠져 있다.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적용하고 있는 징벌적 성격의 전기요금 누진제 운용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름철에 한해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의예고하는 등 혹서기 누진제 폐지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현행 전기료 체계를 변경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인류의 쾌적한 삶을 점차 위협하고 있는 자연재해인 폭염에 대한 대응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폭염 관련법 개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폭염을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그에 맞는 정부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일단 전기료 누진제 일시폐지 조치로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마땅한 조치일 것이다. 에어컨을 켜고 끄는 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