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은 수질과 관련해서는 다른 지역민 보다 다소 예민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낙동강 수계에서 여러 차례 수질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구시민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지금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낙동강 수계에서 발암 성분인 과불화화합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대구시내는 생수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마트 등에는 생수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평소보다 5-6배나 많은 생수가 팔려나갔다.

대구시가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로 옮기려 하는 것도 낙동강 수계에서 발생하는 수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시민의 먹는 물 걱정을 덜자는데 있다.

가정에서 먹는 수돗물에서 이와 같은 인체 유해물질이 자주 검출된다면 대구시민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먹는 물에 대한 불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질문제와 관련한 정부 태도는 자못 신중하고 엄중해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 취수원 이전문제로 대구시와 구미시가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도 ‘먹는 물’의 중요성 때문이다.

취수원 이전의 이해가 서로 다른 두 자치단체가 합의해 해결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가 개입해 객관적이고 합당한 대안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정부의 물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 김은경 장관의 국회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 취수원 이전과 낙동강 수질사고와 관련한 국회답변에서 김 장관은 물 파동의 당사자인 지역민의 입장을 고려한 신중함보다 정책의 편의성에 치중한 발언만 쏟아내 비난을 받았다.

특히 10년 이상 끌어온 취수원 이전문제에 대해 “합리성이 부족하다”, “정수해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등 식수 불안감으로 오랫동안 견뎌온 지역민의 고초는 도외시 하고 주무부처 의견만 내놓는 듯한 발언을 해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설사 정책이 맞더라도 국민의 아픔을 먼저 달래주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서도 사안의 중대성이 없어 안했다는 것이 요지다. 대구시민이 수돗물 파동으로 몇 날을 생수 사재기 파동을 겪어도 사안이 별거 아니라서 장관은 안왔다는 것이다. 먹는 물 불안으로 발을 동동 굴리는 시민을 안심시켜 줄 장관의 대구행차는 최소한의 예의다.

주무장관으로서 정책적 판단과 소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관련한 문제에 관해서 정책만 따진다면 장관의 임무를 망각한 행동이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고충과 아픔을 헤아리는 자상함이 있어야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도 생긴다. 대구시민이 생수를 사느라 난리를 부리는데도 주무장관이 별것 아닌 양 생각했다면 장관으로써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구시가 정수 방법을 찾아라는 것도 대구시의 문제니 대구가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린다. 혹시 지방의 문제라서 가볍게 보고 하는 말은 아닌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