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1994년의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악몽처럼 재연(再演)된다. 하지만 역동적인 대한민국에는 어제처럼 숱한 사건 사고가 넘쳐난다.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천350원으로 고시했다. 2016년에 6천3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7년에 6천470원, 올해 2018년에 7천530원으로 올랐고, 2019년에는 8천350원으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는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 인상액이 과다하고, 인상폭은 너무 크며, 인상속도 또한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여기 머물지 않고 소상공인업계는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하고 연대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운동연대는 소상공인연합회와 외식업중앙회같은 자영업자들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공인총연합회 등의 결집체다. 삼성과 현대같은 내로라하는 재벌과 중소상공업자들이 한목소리로 최저임금인상안에 반대하는 형국이다. 나는 뜨악해진다. 시간당 임금이 겨우 820원 오르는 것인데 왜들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걸까?!

요즘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자영업 가운데 하나인 편의점을 생각해보자. 이마트와 씨유(CU), 지에스(GS)와 세븐일레븐 같은 대기업이 앞다투어 개점-경영하는 24시간 편의점.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편의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아서 중년 퇴직자와 청년들의 창업 수요가 크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미장원과 분식집만큼 자주 눈에 띄는 것이 편의점이다. 그리하여 2012년에는 250m 이내에는 편의점 출점(出店)을 제한하는 기준이 만들어지지만, 기업영업의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에 폐지된다.

수많은 편의점이 영업하고 있었지만 출점제한이 풀리자 편의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 늘어난 편의점은 재벌 기업에게 막대한 이득을 제공하지만, 편의점 주인에게는 가혹한 경쟁과 수익률 하락을 야기한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만 늘리면 돈이 되기 때문에 편의점 매출과 무관하게 가맹점 확대에 열을 올린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자사이윤 극대화에 있다. 반면에 편의점 주인은 낮은 수익률과 높은 임대료 등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편의점 매출이 늘어난다 해도 수익은 편의점 주인이 아니라 가맹점을 운영하는 재벌 기업에게 돌아간다. 기업은 가맹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납품하면서 일차적으로 수익을 챙긴다. 편의점을 개설하면 본사에서 제공하는 물품을 판매해야 하므로 편의점 주인은 납품원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원가를 내리든 올리든 모든 것은 본사 소관이다.

여기 덧붙여지는 것이 로열티라 불리는 가맹수수료다. 편의점 주인이 거두는 수익의 34~35%가 매달 편의점 본사의 이익으로 환수된다고 한다. 그런데 치킨 등 외식 중소 프랜차이즈들은 편의점과 달리 유통이윤만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별도의 가맹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것은?! 재벌기업이 동네마다 골목마다 편의점을 열고 영세한 자영업자인 편의점 주인의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 우려먹는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언론과 경총같은 대기업집단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수익이 악화하는 것처럼 본말을 호도(糊塗)한다. 편의점 주인과 알바생의 대결로, 을과 을의 싸움으로 몰고감으로써 최저임금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재벌기업의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며 무차별적인 수익 빨대는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그려야 할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