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포항에서 발생한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영결식이 오늘 해병대장으로 치러진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우 품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고발생 이후 청와대와 국방부 등 정부당국이 보여준 자세를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유가족들의 가슴에 앙금을 남기는 이런 소홀을 언제까지 목도해야 하나 걱정스럽다.

마린온 헬기 사고 장면은 볼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륙하는가 싶더니 이내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악한 장난감 헬리콥터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체는 처참하게 불에 탔다. 화염 속에서 마흔다섯 살 중령부터 스무 살 상병까지 해병대 장병 다섯이 속절없이 희생됐다. 결코 그렇게 허망하게 산화해도 될 인재들이 아니었다.

사고가 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언행은 가없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보다도 사고 헬기 모체가 된 “수리온 헬기 성능이 세계 최고”라는 내용을 발표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한 뒤에야 애도를 표했다. 청와대 눈치만 보던 국방부가 그제야 따라 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것 아니겠나”는 답변으로 유족들을 모욕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오열하는 유족들의 참담한 심사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읽고 있는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주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귀환식에 참석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해외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단 한 구라도 예외없이 고국으로 송환해가려는 미국정부의 노력과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심어린 존경 풍토는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을 일구고 지키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순직한 장병에 대한 예우를 놓고 건듯하면 온갖 사회적 논란이 일곤 하는 나라가 어떻게 건강한 국가일 것인가. 국방장관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물의를 사과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장례절차를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는 순직한 장병에 대해 좀 더 진중해야 한다. 유가족들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할 가치를 입증하는 일은 오직 국가의 몫이요 정부의 으뜸 존재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