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학기말이다. 학기말 학교의 모습은 흡사 탄성을 잃어버려 탄력이라고는 전혀 없이 축 늘어진 스프링같다. 활발함과 싱그러움의 대표명사인 청소년! 하지만 학기말 시험에 모든 힘을 쏟은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청소년다움을 찾아 볼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학기말을 힘들게 버티고 있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방학을 목전에 둔 교실 모습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시험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이후의 학교 수업은 무의미한 시간일 뿐이다. 그건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학기말 시험 이후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쩌면 최고 휴양지인지도 모른다. 무더운 바깥세상을 잊게 해주는 시원한 에어컨과 매시간 수업 대신 제공되는 엄청난 영화들이 있으니까. 가마솥 더위, 살인 더위 등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무더위를 이르는 말이 심상치 않지만, 중고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밖과는 너무도 다른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옷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해서든 옷을 한 겹이라도 더 입으려고 한다. 이유는 추울 정도로 시원한 에어컨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온열질환 주의보가 내려진 것과 동시에 냉방병 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냉방병 환자 중 많은 수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유행성 눈병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아파했는데, 이제는 시험 긴장감에서 풀려난 아이들이 냉방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시험만 끝나면 반복되는 무의미한 학교생활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스트레스다. 법적 수업 시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잡아놓은 시간들, 물론 문제 풀이, 시험 점수 확인 등의 일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 또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신의 시험 점수가 나와 있는 성적 일람표에 사인만 하면 학생들은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일선 학교에서 개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성적처리, 학교생활기록부 정리 등 다른 학기말 업무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증후군(症候群, Syndrom)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를 의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몇 가지 증후가 늘 함께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하거나 단일하지 아니한 병적인 증상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기말만 되면 나타나는 여러 증후들이 있다. 분명 몇몇 가지들은 병적인 증상에 가깝다. 그것들을 모으면 아마도 ‘7월 학교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말이 있다. 또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들 관용적 표현의 공통점은 마무리에 대한 중요성이다. 살인 더위가 전국을 끓게 하고 있지만 교실에서 겨울 체육복을 입고 여름잠을 자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위의 말들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학교 구성원들은 모두가 방학을 간절히 원한다. 시험지옥인 이 나라에서 방학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학교로부터의 해방(解放)시간이다. 이들은 방학만 생각하면서 의미없는 학기말 마지막 주를 버틴다. 버팀의 보상으로 교사들은 휴가를, 학생들은 학원 수강증을 선물로 받는다. 서로가 그리는 꿈이 다른 교사와 학생!

그러니 이들에게 개학이 결코 반가울리 없다. 지금 교육 시스템에서는 새 학기 증후군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방학 동안 교사들은 휴가를 반납하고서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을 좀 더 높이 뛰게하는 탄력 강한 스프링으로 만드는 방법을!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은 증후군으로 끝나지 않고 머지않아 없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