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의 몸부림이 한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로 인해 정권을 잃은 뒤 1년만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한 자유한국당이다. 예상밖의 큰 패배는 구성원들을 ‘멘붕’에 빠뜨렸고, 이제 어디로 가야할 지 길을 잃은 모양새다. 비상대책위 준비위를 발족하고도 비대위원장 역할을 놓고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계속된 의원총회에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서로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는 수준이다. 답답함을 느낀 몇몇 의원들은 옆에서 지켜보는 정치부 기자들과의 대화속에서 묘방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며칠 전 경북지역 3선의원인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 의원이 대구·경북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유한국당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자유한국당이 보수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준 실망스런 모습을 어떻게 불식할 수 있을까에 논의가 집중됐다. 이제까지처럼 비대위 구성-인적청산-전당대회로 새 지도부 구성으로 이어지는 해법으로 자유한국당호의 표류를 끝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관건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니 무슨 결론이 나올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 자유한국당이 해야한다고 믿는 인적청산이 현실적으로는 추진하기 매우 곤란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국민이 뽑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과거의 정치적 성향과 행보를 이유로 탈당이나 사퇴 등을 강요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설령 그럴 수 있다해도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내몰 것이냐는 문제에 이르면 답이 없다. 결국 실행할 방법도 없는 인적 청산을 고집해 분란을 키우기보다는 당내 화합을 강조하며 수습해나가는 방안이 차선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치열한 접전끝에 당선된,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송언석(김천) 의원은 당의 진로에 대해 현실적인 제안을 내놨다. 지금이라도 자유한국당이 역량을 모아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경제정책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강력한 대여공세, 대정부공세를 펼치자는 것이다. 인적청산이란 철지난 화두에 매달리기보다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어나가는 게 훨씬 낫다는 견해였다.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의 견해였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6·13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에 당선돼 지난 2일 취임한 이철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쇄신행보는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이 지사는 최근 청와대를 찾았다가 청와대에 출입하는 대구·경북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북도정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취임식을 정례 조회로 대신하고, 외부행사 때 수행원을 대폭 줄여 의전을 간소화했다. 이번 간담회 때도 수행원은 비서 한 명이 전부였다. 도지사 집무실을 찾은 손님에게 여직원이 차를 나르는 것도 없앴다. 실국장들과의 업무연락이나 소통도 SNS망인 카카오톡 단톡방을 개설해 간편하고, 신속하게 바꿨단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출력해 왔다갔다할 필요없이 단톡방을 통해 공유하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이 지사의 얘기였다. 여직원 출산휴가가 3개월에 불과한 것을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최대 1년까지 늘려서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도 연구중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파격 의전과 파격 행보는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몸짓으로 읽혔다. 그러면서 그는 끝으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20~40대 젊은 층이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아 참패한 상황에서, 당을 젊게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의 행보와 주장은 그가 몸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보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