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압과정서 부상 발생땐
책임소재서 자유롭지 못해
초동조치에 움츠러들어
욕설에 심한 몸싸움 잦은
일선 파출소 직원들 하소연
현장근무자 공권력 강화
국민공감대 형성 필요

영양에서 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뒤, 경찰 내부에서 공권력 위기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끝없이 추락해가는 공권력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뒤섞여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원에 대한 경찰 조직의 민감한 반응이 출동 경찰관의 초동조치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한 경찰관은 “테이저건 한 번 쏘면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건 물론이고, 경위서도 쓴다”며 “행위가 정당하고 안하고는 위에서 볼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선 파출소 직원들의 하소연은 더욱 거세다. 욕설은 물론, 심한 몸싸움까지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많은 현장에서 경찰관들은 눈치상 ‘먼저’ 행동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주취자 제압 과정에서 혹시 모를 부상이 발생하면 책임소재에서 현장 경찰관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총기와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뽑는 순간까지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경찰관들은 한탄하고 있다. 더욱이 파출소에 배치된 여성 경찰관들은 성인 남성들보다 물리력이 약해 현행범 제압 과정에 투입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파출소 근무 중인 A경사는 “주취자가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에 출동한 적 있었는데, 경찰관은 두 명 뿐이였고 현장에서만 5명이 싸우고 있더라”라며 “테이저건을 사용하기가 망설여져 진정시키다가 얻어 맞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5년 동안 전국에서 경찰관이 공무 수행 중 다친 사례는 모두 1만345건에 달했다. 안전사고가 4천660건(45%)으로 가장 많았고 피습 2천875건(27.8%), 교통사고 2천546건(24.6%), 질병 264건(2.6%)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경우가 해마다 전체 공상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

9일 김상운 경북지방경찰청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경찰관이 현장에서 공권력에 저항하는 부분에는 최소한의 무기나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양경찰서 고(故) 김선현 경감 빈소가 마련된 안동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김 청장은 “일각에서는 근무자가 충분한 무기를 갖고 출동했는데 사용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어떤 손해 등 내부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때 쓰지 못한다는 나름대로 반론도 있다”고 지적하며 “언론에서도 지적했고 아직 우리가 그 부분에 뭐라고 답변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사회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근무자 공권력 강화 여부는 본청에서 검토하고 국민 공감대도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경찰관이 활동하는 부분에 국민이 충분히 협의해 주고 따라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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