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대학들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로 들썩이고 있다. 내년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근거가 될 결과 1차 발표가 있었고, 최종평가 발표가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수 감소 등 급격한 교육환경변화로 부실대학들이 늘자 교육부가 대학경쟁력 강화나 구조개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이며, 올해 평가대상이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 300여 개 대학이라고 한다.

상위 60% 대학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정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두되, 그 이하 대학들은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두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올해 중간평가로 ‘예비 자율개선대학’에서 누락된 86개 대학에 ‘2단계 평가’를 받도록 개별통보했는데 이러한 대학들은 거의 밤을 새면서 2단계 준비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종 결과를 통과하지 못한 대학들의 지원에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최종 결과는 정원감축을 기본으로 재정지원 일부제한은 재정지원 전면중단이 각각 적용돼 ‘대학 살생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정에 여전히 대학서열의 기본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법학전문대학원 선정 시에도 합격 점수를 받고도 대학서열문제로 불리한 정성적 점수를 받아 탈락한 대학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이번에도 선정에 있어서 대학서열의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는 심증적 증거들이 있다.

이번 사태는 어떤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할 것인가 참으로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게끔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몰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은 ‘대학서열’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의 자부심이나 졸업 후 취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대학서열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서열에는 크게 ‘명성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가 있다. 전자는 이미 이뤄진 명성에 의지하는 계수이고, 후자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결정되는 계수이다. 후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문제로 많은 대학들이 고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모든 대학이 수준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지혜를 동원한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등 대학에 들어가려고 온갖 전략을 머리 속에서 짜낸다. 대학들은 그런 부모와 학생들을 잡기 위해 대학서열을 내세우며 유혹한다.

필자는 ‘일등대학 꼴등대학’이란 책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학이 일등 대학이고 어떤 대학이 꼴등 대학인가. 진정 시중에서 일등으로 인식되는 대학들의 내실을 들여다 보면 정말 일등이고, 꼴등으로 생각되는 대학이 정말 그렇게 부실한 것인가. 일반인들의 전통적인 인식이 얼마나 대학의 질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각종 매체들이 발표하거나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대학의 서열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대학의 서열은 바뀔 수 없는 것인가.

한국 최고 기업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한 대학은 위상이 최근 대폭 상승했다. 각종 매체에 그 대학순위가 상승하고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며, 상응하는 연구력이 증대하고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들이 의외로 좋은 연구업적을 내놓는 경우도 있고 교육의 질이 뛰어난 대학들도 있다. 이러한 대학들이 칭찬받아야 하고 서열에 매이지 않고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 증대를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이 바뀔 수 있어야 하고 기존 서열의 관념에 사회가 묶여있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교육부의 여러 가지 정책에서는 기존의 서열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는 신선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들이 실제로 교육과 연구의 혁신에 의해 공정히 판정받는 그런 교육부의 2차발표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