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최근 증시가 흔들렸다. 원화가치도 하락했다. 그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 유출 가능성과 미-중 무역갈등이 지적되었다. 과연 증시에 10년만의 큰 조정이 오는 것일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상은 걱정 안 해도 될 것같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경제를 조율할만한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돈을 푸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최근 신흥시장 자산매각을 촉발시킨 것은 예상보다 심각한 미-중 무역갈등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하는 일이 비슷해지면서 경쟁이 벌어지고, 무역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세계가 권역화될수록 범용재를 수출하는 국가들, 그리고 그런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한국의 통화가치 하락 속도가 가팔랐다.

그 동안 한국 증시나 통화가치를 지탱해 온 것은 반도체나 화학 산업의 수출 증가일 것이다. 반도체 같은 경우는 아직 성장 모멘텀이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순환적인 산업이므로 외국인들은 차익실현의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이번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자산의 매도를 촉발시켰다.

점진적으로 이런 무역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무역갈등은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미-중간 새로운 질서를 잡기 위한 마찰일 것이다. 지난 30년간 얽혀 있던 세계가 너무 급하게 쪼개지면 충격이 있을 수 밖에 없고, 투자자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급진적인 갈등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도 파괴적인 갈등을 원하지는 않는다.

요즘 세계증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장단기금리차의 축소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시중 장기금리가 따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만큼 세계경제가 탄력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증시는 2016년 조정을 받았어야 했는데 트럼프가 당장 구경제를 살리겠다며 희망을 심어줬고, 반등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제는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제 경기부양을 위한 어떤 카드가 남았나? 최근 미국 정부는 그 동안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투자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볼커 룰(Volker Rule)을 완화하고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조치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소망이 없다면 지금의 주가는 비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실적 대비 주가비율이 1929년, 2000년, 2007년 거품이 터지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더 이상의 기대가 없으면 빠져 나오는 돈의 속성을 감안할 때 예전 같았으면 증시에 벌써 큰 조정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금융자산을 사야 하는 은퇴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이 더 비싸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은 점점 낮아진 수익률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주가가 보이는 것만큼 비싸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아마존을 비롯해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지만 미래 엄청난 성장 잠재력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을 제외하면 주가에 대한 부담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마존이 기대했던 실적을 내 주면 이런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까?

그 동안 많은 이들이 증시에 늑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늑대는 오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과거의 경험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것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는 받아들일 때도 된 것같다.

혹시 모르는 늑대의 등장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낙폭이 제한된 범위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산업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 후 검증된 신성장주 위주로 주가 반등이 나타날 것이다.